울산 '제1 수출도시' 명함 내놔야 할판
울산 석유화학공단에서 나일론 원료를 만드는 K사는 지난해 1000억여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3~4년 전만 해도 울산에서 제일 잘나가던 화학업체 중 하나였던 이 회사는 중국이 나일론 원료를 자급자족하면서 최악의 경영난에 빠져들고 있다. 2012년 3만여t에 달했던 중국 수출은 올해 들어 거의 제로에 가까워지면서 울산공장 세 곳 중 두 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올 1분기 매출도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446억원에 그쳤다.

이는 K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울산의 석유화학 업계는 물론 자동차, 조선 등 울산 주력산업이 중국의 빠른 기술추격과 가격 경쟁력 향상, 국제유가 하락, 글로벌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국내 제1 수출도시 울산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6일 한국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울산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9.3% 줄어든 387억33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713억8400만달러를 기록했던 2010년의 상반기 수출액 344억달러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올 하반기 수출 규모도 상반기 실적을 넘어서기는 힘들어 올해 전체 수출 규모는 2010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도 올해 수출실적이 750억달러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900억달러대를 기록했던 울산 수출은 2010년이나 2008년(788억200만달러) 수준으로 후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울산은 2011년 1014억800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려 인구 110만명 도시 가운데 세계 처음으로 ‘수출 1000억달러’ 돌파 도시로 기록을 남겼으나 2012년부터 2014년까지 900억달러대의 수출실적을 내는 데 그쳤다.

울산의 수출 급감은 세계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저조하고 엔화·유로화 약세, 중국 수입수요 둔화 등 대외여건 영향으로 선박(23.7%)을 제외한 주력 수출품목(석유제품, 석유화학, 자동차, 자동차부품)의 수출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영훈 울산발전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울산 수출의 위기는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도 크지만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울산의 수출구조가 경기민감형 제조업에 너무 과도하게 의존하기 때문”이라며 “이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고는 수출 하락세를 멈추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수출이 줄면서 울산 제조업종의 실직자도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1만3149명이 신규로 구직급여를 신청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6명이 늘어난 9.5%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2위 충남(3.8%), 3위 제주(3.7%)에 비해서도 크게 높았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울산 주력산업인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해양산업이 고비용 저효율 등의 구조적 문제점을 간과하다 세계 경제 불황까지 겹치면서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다”며 “제조업 체질 개선과 의료자동화 등 고부가 서비스산업 육성, 외자유치 등을 통해 위기극복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