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이 귀국 이틀째인 4일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연수원을 방문, 연수 중인 신입사원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이 귀국 이틀째인 4일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연수원을 방문, 연수 중인 신입사원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3일 일본에서 귀국한 뒤 이틀째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귀국 당일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 공사 현장과 제2롯데월드몰의 면세점을 방문한 데 이어 4일엔 경기 오산 롯데인재개발원을 찾아 신입사원을 격려하고, 롯데마트 물류센터와 롯데몰 수원점까지 점검하는 등 빠듯한 일정을 보냈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흐트러진 그룹 분위기를 추스르고, 리더로서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해 위기를 정면돌파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 회장은 이날 오전 오산으로 향했다. 당초 롯데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물류센터 가운데 가장 큰 롯데마트 물류센터만 찾을 예정이었는데 바로 옆 롯데인재개발원에 먼저 들르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중 일부(300여명)가 신입 연수 교육을 받고 있다는 수행 임원의 말에 “신입사원들과 점심을 같이하자”며 신 회장이 먼저 제안했다는 게 롯데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 회장의 ‘깜짝 방문’에 연수를 받고 있던 신입사원들은 환호와 박수로 맞았다. 신 회장은 신입사원들에게 “롯데그룹의 경영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성장한 롯데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겪는 진통 과정”이라며 “기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인재이며 여기 있는 여러분이 롯데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신입사원들의 기를 살려준 뒤에는 4차선 대로 건너편 롯데마트 물류센터로 이동했다. 그룹 주력 사업인 유통업에서 배송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물류센터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물류센터는 온·오프라인 및 모바일 유통 환경을 융합하는 옴니채널을 강화하는 데 핵심 시설이기도 하다. 신 회장이 롯데그룹 임직원들에게 경영 키워드로 제시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옴니채널이다.

오산 물류센터는 2007년 8만2644㎡의 아시아 최대 규모로 문을 열었다. 월평균 물동량은 1500억원 정도로 롯데 계열사 중 가장 크다. 신 회장은 물류센터 곳곳을 살펴본 뒤 현장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흐트러지면 안 된다. 달라질 게 하나도 없으니 하던 대로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된다”고 격려했다. 오산 일정을 마친 후에는 동탄에 개발 준비 중인 부지를 둘러보고 롯데몰 수원점으로 자리를 옮겨 백화점과 협력사 매장을 두루 살폈다. 롯데몰 수원점은 이달 1일부터 사전 예약 없이 주차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돼 영업에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다.

신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임직원들의 동요를 막고, 그룹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자신이 롯데그룹을 책임지는 ‘적통’ 경영자로서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한 원로는 “예순이 넘은 나이에 ‘아버지한테 손찌검을 당했다’는 말이 나오는 등 신 회장의 위상에 흠집이 생겼다”며 “직원들과 적극적인 스킨십을 통해 총수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면서 말로만 후계자라고 주장하는 형과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신 회장은 앞서 귀국 당일인 지난 3일에는 롯데호텔 34층에서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만난 후 곧바로 롯데월드타워 공사현장으로 향했다. 롯데월드타워는 롯데그룹의 최대 숙원사업이다.

신 회장은 현재 가장 높은 층인 107층에 올라가 공사 현장 직원들에게 수박 30통을 전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국의 ‘랜드마크’를 함께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안전 시공에 최선을 다해 달라”며 “여러분이 짓고 있는 한 층 한 층이 대한민국 건축의 역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사 현장에서 내려온 뒤에는 제2롯데월드몰 에비뉴엘동에 있는 롯데면세점을 찾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이제 끝났으니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