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테크 고수' 되는 길
(1) 장기 계획 세워라
(2) 저금리를 이용하라
(3) 발품 팔아라
'빚테크 고수' 되는 길 (1) 장기 계획 세워라 (2) 저금리를 이용하라 (3) 발품 팔아라
자산 관리의 기본 중 하나는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을 읽을 수 있는 독해력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지난달 22일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 방안’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갚을 능력이 안 되는 이들에겐 은행 대출 문턱을 높이겠다는 게 핵심 골자다. ‘빚테크’의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소득 증빙이 어려운 이들에겐 날벼락 같은 정책이지만 거꾸로 소득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 이들에겐 새로운 재테크 기회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정부가 고정금리·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에는 최대 0.2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하도록 할 계획이어서 이를 감당할 수만 있다면 연 3% 미만의 금리로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가계부채 줄이자는 정부

금융당국이 올초부터 일관되게 시장에 내려보내는 신호는 크게 두 가지다. 주택 가격이 더 이상 오르기 힘들 것이라는 것과 앞으로 기준금리가 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투자자와 주택 실수요자 입장에선 헷갈릴 수밖에 없는 ‘시그널’이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정부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해 집 사기를 권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연달아 내리면서 사상 첫 1%대 금리 시대를 열었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은 이 같은 기조에 변화가 일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몸에 비유하면 자칫 과체중에 도달하기 전에 다이어트를 하자는 취지다. 정부가 1100조원 규모로 불어난 가계부채 관리에 들어간 배경이다. 정부가 제시한 청사진에 따르면 은행별로 정부가 마련한 지침을 시행하기 위해 전산 등의 작업을 마무리하면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의 양태가 크게 바뀔 전망이다.
[내년부터 달라지는 가계대출] 고정금리·분할상환 주택대출 받으면 우대금리
부동산 투자의 시대는 지났다?

정부가 거두고자 하는 성과는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는 것이 첫째다. 주택담보대출만 해도 기존까지는 담보만 있으면 대출을 내기 쉬웠지만 이젠 은행들이 대출을 집행하려면 담보 외에 차주의 소득 상환 능력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신용카드 사용액 등 신고 서류를 근거로 소득을 추정하던 방식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원하는 만큼 돈을 빌리려면 국세청 등 국가기관이 발급한 소득 관련 서류를 증빙해야 한다.

은행 문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당장은 무리라고 해도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은행에서 거치식으로 돈을 빌려 집을 사던 관행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셈법이다. 세금 등의 이유로 일부러 소득을 낮게 신고하던 이들도 대출을 받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두 번째 의도는 금리 인상에 대비해 가계부채의 질(質)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변동금리·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분할상환으로 바꾸자는 것으로 정부가 은행에 할당한 2017년 말 고정금리·분할상환의 목표치는 45%다.

그래도 기회는 있다

정부는 당근과 채찍을 모두 꺼내들었다. 분할상환식 대출에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당근책이다. 현재 시중은행에서 만기일시상환(변동금리 적용)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연 3~3.5%의 금리를 적용받는다. 같은 금액을 3년간 고정금리로 빌리면 금리가 연 2.85%로 떨어진다. 정부는 은행이 내야 하는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출연 요율을 깎아주면 추가 우대금리 상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데다 분할상환으로 전환하면 이자비용에 대한 소득공제(최대 1800만원)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동금리·만기일시상환식 대출을 받으려는 소비자에겐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예컨대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으면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받아 예전보다 대출 가능액이 줄어든다. 만기상환식으로 받으려면 상환 능력을 깐깐하게 검증받아야 한다.

정부 의중대로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다면 ‘빚테크’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리가 오르더라도 한은이 1~2년 내에 당장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 하반기에 적극적인 빚테크 전략을 구사할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