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맨몸·맨땅서 일어선 얘기 궁금하시죠
전북 남원의 지리산 자락에서 태어났다. 신학교에 가겠다고 결심했지만 한학자였던 아버지가 반대했다. 그래도 고집하다 모질게 매를 맞고 집에서 쫓겨났다. 그의 나이 19세. 신학교를 졸업한 그는 1988년 서울 가락동 지하공간에 네 명이 모여 교회 창립예배를 드렸다.

신자 4만여명의 대형 교회 목회자가 된 그가 지금도 ‘3M 목회자’를 자처하는 이유다. 맨손, 맨몸으로 맨땅에서 일어섰다는 얘기다. 경기 용인의 새에덴교회 소강석 담임목사(53·사진)가 자전적 에세이집 《꽃씨 심는 남자》를 냈다. 소 목사는 《스펙을 넘어 스토리를 만들라》를 비롯해 35권의 책을 내고 6권의 시집을 출간한 시인이기도 하다.

소 목사는 평소 개신교가 교회라는 울타리에 안주하지 않고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6년부터 일본 목회자들과 교류하며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고, 이듬해부터는 6·25 참전용사의 한국 방문과 이들을 위로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1월에는 6·25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와 북한 돕기, 고려인과 조선족 동포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사단법인 한민족평화나눔재단을 설립했다.

이번 에세이집 역시 목회자로 살아온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것이지만, 개신교를 넘어 일반 독자에게 전하는 보편적인 메시지가 주를 이룬다. 소 목사는 “꼭 기독교 신앙의 차원이 아니라도 상처받고 지친 현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위로와 안식을 주고, 어떤 고난도 쓰러뜨릴 수 없는 용기와 힘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에는 지리산 산골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추억, 집에서 나와 떠돌던 학창시절, 배고팠지만 열정으로 불탔던 신학생 시절의 이야기 등을 담았다. 사소한 일상 속에서, 혹은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체득한 깨달음과 삶의 지혜, 감동을 섬세한 언어로 표현했다.

‘상처에도 향기가 있다’는 에세이의 한 구절이다. “풀잎이 바람결에 몸을 부딪친다. 그러다 상처가 난다. 그런데 그 상처 때문에 풀의 향기가 밤 구름 사이로 번져간다. 그것이 바로 상처의 향기다. 우리의 상처가 꽃이 될 수 있기를, 세상이 조금 더 부드럽고 아름다워지기를.”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