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맥] 한국 농업의 미래, ICT융합 '스마트 팜'에 길 있다
한국 농업의 여건이 녹록지 않다. 중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과 연이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완전 개방시대에 진입했다. 이들 국가와 경쟁해야 할 농업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고령화되고 있다. 1970년과 비교해 전국 인구는 3143만명에서 5134만명으로 늘었지만 농업 인구는 1565만명에서 284만명으로 급감했다. 이 가운데 70세 이상이 26.5%로 가장 많고, 60대는 21.3%, 50대는 20%다. 60대 이상이 농촌 인구의 절반이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 빈발로 농업 경영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02~2011년 겨울철 이상저온으로 농작물이 피해를 입은 날은 17.2일이다. 1992~2001년의 13.9일보다 3.3일 늘었다. 이상기후(25년에 한 번 발생할 정도의 기후)는 2011~2013년 29건으로 직전 3년(9건)보다 3배 넘게 증가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FTA 확대로 넓어진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려면 한국 농업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정책의 맥] 한국 농업의 미래, ICT융합 '스마트 팜'에 길 있다
어떻게 하면 젊은 층의 농업 참여를 유도하고 이상기온에 대응하며 농업을 고부가가치화할 수 있을까. 네덜란드 농업 발전이 한국 농업에 귀감이 된다. 네덜란드는 정부 차원에서 정보통신기술(ICT)과 농업의 융합을 꾀하는 기업과 기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기업들은 유전공학, 환경공학, 컴퓨터공학을 총동원해 신기술을 농업에 적용하면서 첨단 농업의 총아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네덜란드는 열악한 농업 환경을 극복하고 세계 2위의 농식품 수출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자연스럽게 정보기술(IT) 설비 등 전문인력 수요로 젊은 층을 농촌에 끌어들이는 데에도 성공했다.

사막의 땅에서 수출 농업을 일궈낸 이스라엘도 비슷하다. 국토 절반이 사막인 이스라엘은 연평균 강우량이 300㎜로 한국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하지만 세계적인 선진 농업국가가 됐다. 1960년대에 비해 농업 인구는 10분의 1로 줄었는데 농업 생산성은 크게 뛰었다. 첨단 기술과 농업을 접목해 25년 동안 농업 생산성을 16배나 높였다.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대통령은 “농업은 95%가 과학이고 5%가 노동”이라며 “하이테크 강국 이스라엘은 농업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한국 농업도 ICT와의 융합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영세한 농지 소유 규모와 긴 겨울의 농한기, 농업 인구의 고령화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자본집약적인 첨단농업으로 전환하는 길밖에 없다. 우리의 장점인 ICT를 농업 현장에 접목해 시설원예와 과수, 축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게 방법이다. 현재 제도 도입 초기단계지만 딸기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한 농가 실증연구에서 ICT를 이용한 ‘스마트 팜’ 도입 농가의 에너지 비용이 전년 대비 70% 절감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전남 화순에서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는 A씨는 최근 스마트 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토마토가 자라는 온실의 기온과 습도, 이산화탄소, 양분 공급상태 등을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 덕에 토마토 생산량은 40% 늘었고, 관리시간은 50% 줄었다. 세종시 연동면에서 딸기 비닐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기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스마트폰 경보음이 울려 자다가도 일어나 보일러를 가동한다. 국내 최대 참외 주산지인 경북 성주의 비닐하우스에도 기온, 풍속 등을 스마트폰으로 체크하고 비닐하우스에 달린 창문을 원격으로 여닫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스마트 팜이 첫걸음을 떼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많은 게 현실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시설농업인의 70.6%가 스마트 팜 도입 의향은 있지만 시설 투자비 부담 가중, 효과에 대한 확신 부족 등으로 실제 도입은 주저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온실을 갖고 있지만 그중 99%는 비닐하우스다. 호당 평균 규모도 0.6㏊로 영세하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한국형 스마트 팜을 개발하고 보급해야 한다. 센서·제어기 등의 국산화·표준화를 통해 제품 간 호환성을 높이고 관련 기기의 단가도 낮춰야 한다. 온실 및 축사의 창문 자동 개폐장치, 양분 공급기, 자동 사료 급이기 등과 함께 사물인터넷(IoT)에 기반한 복합 환경제어기 등의 장치를 갖추고자 하는 농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농업인들의 활용 능력도 높여야 한다. 스마트 팜 컨설턴트와 개발자 등 전문 인력도 육성해야 한다.

ICT 활용 분야를 농산물의 생산량 예측이나 농산물 수급과 유통, 가축 전염병 방역 등을 과학화·효율화하는 스마트 농업뿐 아니라 원격 교육·진단·진료 등을 통해 농촌의 생활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창조마을로까지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동필 <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