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예금 5000만원을 해지한 뒤 전액을 중국펀드에 넣은 양모씨(46)는 요즘 세무 상담을 받느라 분주하다. 연간 수익이 예상보다 많은 3000여만원에 이르면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로 분류돼 다음달에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씨는 “종합소득세는 부자들만 내는 줄 알았는데 나 같은 직장인도 포함될 줄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종합소득세 징수 강화] 중국펀드 작년 40% 수익 낸 김 부장 "세금폭탄 맞을까 걱정"
○수익률 200%짜리 펀드도

다음달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을 앞두고 지난해 중국 인도 등 해외 펀드에 수천만~수억원의 여윳돈을 굴린 투자자들의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중국펀드 투자자의 고민이 크다. 중국본토펀드 투자자들은 작년 한 해 동안 평균 33.26%의 수익을 올렸다. 5000만원을 투자했다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평균 1700만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는 얘기다. 총 75개인 중국본토펀드의 원금(설정액)은 2조8423억원인데, 평가이익을 합한 순자산은 벌써 4조2344억원에 달한다. 상하이종합지수 상승률 대비 두 배의 수익을 내는 일부 레버리지펀드의 경우 작년 이후 수익률이 200% 안팎에 달하는 것도 있다.

이들 펀드 투자자에게 종합소득세 납부가 ‘발등의 불’이 된 것은 국내 펀드(비과세)와 달리 소득세 과세 대상인 해외 펀드 수익률이 지난해 예상외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현행 세법은 해외 펀드를 포함한 금융상품에서 2000만원 이상을 번 사람에 대해 다른 소득과 묶어서 최고 41.8%(지방세 포함)의 누진 세율을 적용하는 종합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요즘 은행 증권사 등의 창구에는 뒤늦게 이런 부담을 알게 된 투자자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올해도 수익률 고공행진

금융업계는 중국본토펀드에 5000만원 이상을 투자한 사람은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류정아 NH투자증권 강남PB(프라이빗뱅킹)팀장은 “평소 PB센터를 통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거액 자산가보다 갑자기 과세 대상에 들어간 직장인이나 은퇴자의 충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펀드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인도펀드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37.35%였다. 해외 펀드 수익률의 고공행진은 올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펀드 28.05%(27일 기준), 러시아펀드 26.40%, 홍콩H주펀드 21.47%, 유럽펀드 17.37%, 일본펀드 16.04% 등이다. 이들 펀드에 투자한 사람 중 상당수는 내년에 종합소득세를 납부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자가 되면 국세청이 다른 소득내역까지 자세히 들여다보는 데다 소득과 연계된 건강보험료도 한꺼번에 오를 수 있어 부담이 적지 않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투자액이 5000만원 정도여서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가 막상 신고액을 계산해보고 당황하는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앞으로 이 같은 세금 부담을 줄이려면 적절한 환매 등을 통해 소득 발생 시기를 분산하고 절세 상품에도 눈을 돌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장영준 대신증권 압구정지점 부지점장은 “해외 펀드의 평가이익이 급증해 종합소득세를 내야 할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 일단 환매하고 비과세·분리과세 상품에 재가입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비과세 상품은 국내 주식과 주식형펀드, 비과세 종합저축(1인당 5000만원 한도), 장기 저축성보험 등이다. 장기채권과 하이일드펀드는 분리과세 상품이다.

■ 종합소득세

개인의 모든 소득을 종합해 하나의 과세 단위로 보고 매년 5월에 신고를 받는 누진세. 세율은 과세표준액에 따라 6.6~41.8%다. 이자 배당 임대 사업 근로 기타 등 6가지 소득을 묶어 매긴다.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의 경우 연간 합산액이 2000만원을 초과할 때만 합산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조재길/허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