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휴대폰 보조금 상한액과 보조금 대신 받는 요금할인율을 동시에 올리는 가계통신비 절감 방안을 내놓은 건 소비자 혜택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시행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소비자, 관련 기업들에 돌아가는 실익이 많지 않다는 논란이 이어지자 후속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휴대폰 보조금 못 받으면 요금 20% 할인
○보조금 대신 20% 요금 할인

소비자 혜택 측면에서 파급효과가 큰 것은 보조금 대신 받는 요금할인율 확대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단통법을 시행하면서 이 제도를 도입했다. 휴대폰을 자주 바꾸는 사람에 비해 장기가입자나 중고폰 사용자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혜택을 받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다. 중고폰 사용자, 보조금을 받지 않고 인터넷에서 직접 휴대폰 구매한 사람, 약정기간이 끝난 사람들은 요금 납부액에서 추가로 할인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할인율은 12%였지만 앞으로는 20% 할인받을 수 있다. 예컨대 중고폰 사용자가 55요금제(기본료 5만5000원)에 2년 약정으로 가입하면 기본 약정 할인(20~25%)을 받고 여기에 추가로 20%를 할인받아 3만2600원의 요금을 내면 된다. 12% 할인 때보다 월 3260원 더 할인받을 수 있다.

미래부는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통신사들이 사용한 보조금 규모를 고려해 할인율을 20%로 정했다. 바뀐 할인율은 통신사 전산시스템 개편이 끝나는 24일부터 적용된다. 기존에 12% 할인받던 이용자도 6월 말까지 새로운 할인율로 전환할 수 있다.

○보조금 상한 33만원으로 상향

휴대폰을 새로 구입할 때 받는 보조금 상한도 30만원에서 33만원으로 올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 시행 뒤 소비자의 휴대폰 실구매가가 올라갔다는 지적이 나오자 보조금 상한 인상을 결정했다.

정부는 단통법 도입에 맞춰 27만원이던 보조금 상한을 30만원으로 올렸다. 통신업체 대리점, 판매점 등은 해당 보조금 상한액의 15% 범위에서 추가로 지원할 수 있다. 소비자는 휴대폰을 구입할 때 최대 37만9500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돌아갈 보조금이 실제 올라갈지는 지켜봐야 한다. 통신업체들은 통상 신규 휴대폰에는 10만원 안팎의 보조금을 주고 2~3개월 지난 뒤 보조금을 올렸다. 상한액에 가까운 보조금을 주는 휴대폰은 출시된 지 1년 이상 지난 단말기가 많았다.

통신업계에서도 불만의 소리가 나온다. 소비자가 체감할 통신비 인하 효과는 낮은 반면 통신업체들의 마케팅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어서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보조금 대신 받는 요금할인율을 한꺼번에 8%포인트 올린 논리가 뭔지 궁금하다”며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도리어 경쟁이 위축되는 등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