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 금리 스트레스…"그냥 알아서 불려줘"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전문가에게 맞춤형으로 의뢰하는 방식의 투자일임형 상품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연 1.75%) 수준으로 인하한 뒤 관심이 더욱 커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2년 332조8000억원이던 일임 규모는 2013년 374조5000억원, 작년 말 390조2000억원으로 매년 10% 안팎 성장했다. 시중금리가 뚝 떨어진 올 들어선 가속도가 붙으면서 지난달 말 440조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초 이후에만 50조원가량 급증한 것. 성인모 금융투자협회 실장은 “공모펀드에선 돈이 빠지는 데 유독 투자일임 상품에만 몰린다”고 말했다.

투자일임 상품은 크게 증권사의 랩어카운트와 운용·자문사의 일임(전담투자) 계약으로 구분된다. 특히 보험사와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예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에서 탈피해 운용사 일임 계약으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임 상품이 각광받는 것은 주식 등에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다 주식·채권형 펀드에 비해 규제도 적어서다. 예컨대 증권사의 대표적인 일임 상품인 주식형 랩에 가입하면 전문가 자문을 거쳐 특정 업종이나 종목에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지만 펀드의 경우 종목당 편입 비율이 10%를 넘을 수 없다. 정정수 신한금융투자 랩운용부 팀장은 “일임 상품에 가입하면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펀드와 비교할 때 매매 비용도 많지 않다”며 “과거엔 거액 자산가들이 주로 찾았지만 최근 들어 일반 직장인들이 더 많이 가입한다”고 설명했다.

진입 장벽이 낮아진 점도 일임 상품이 대중화되고 있는 배경 중 하나다. 2~3년 전만 해도 1인당 적어도 5000만~1억원이 있어야 했는데, 요즘엔 1000만원 정도면 쉽게 가입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투자일임 시장 규제를 더욱 풀기로 했다. 증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우선 상반기 중 자본시장법 시행령 등을 고쳐 일임 자산의 증권대차(주식 보유자가 소유권을 일정 기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거래)를 허용할 계획이다. 지금은 일임 자산의 증권대차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A운용사 관계자는 “400조원 규모의 일임 자산을 대차로 활용하면 추가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것은 물론 다양한 투자 전략을 쓸 수 있다”며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