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받은 아이들을 주목하는 MBC…현실문제 다룬 리얼리즘 드라마 뜬다
MBC가 최근 어른들의 세계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을 다룬 드라마를 잇따라 방영해 주목받고 있다. 인기리에 종영한 수목극 ‘킬미, 힐미’와 지난해 방영한 월화극 ‘오만과 편견’, 지난 18일 첫 방송을 탄 새 수목극 ‘앵그리 맘’, 내달 방송하는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 등이다. 이들 드라마는 납치와 살인교사, 아동 학대, 학교 폭력 등 풀어내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모두 ‘고통받는 아이’라는 코드가 들어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어린이집 폭행사건과 학교 폭력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킬미, 힐미’(극본 진수완, 연출 김진만 김대진)는 ‘아동 학대’를 정면으로 그리면서 재미와 메시지까지 잡은 작품으로 평가됐다. 다중인격장애를 앓고 있는 재벌 3세 차도현(지성)과 그와 사랑에 빠진 주치의 오리진(황정음) 간 로맨틱 코미디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중·후반 도현과 리진이 어린 시절 학대받은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로 밝혀졌다. 도현은 리진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으로 다중인격장애를 앓게 됐고, 리진은 다행히 좋은 부모에게 입양돼 길러졌지만 입양 전의 기억을 모두 잃은 채 지하실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살았다. 두 사람이 기구한 사연으로 유년기에 함께 사는 동안 도현이 실수할 때마다 리진이 대신 벌을 받았던 것이다. 드라마는 잘못된 어른들의 행동과 방관으로 아이들이 긴 세월 동안 고통스럽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들춰냈다. 방송 이후 드라마 팬들은 아동 학대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해 자발적인 기부 활동을 펼쳤다.

‘앵그리 맘’(극본 김반디, 연출 최병길)은 살벌한 학교 폭력을 포착한다. 오아란(김유정)은 왕따 친구를 구하려다 자신도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된다. 구타를 당하고 살해 위협까지 받으며 실어증 증세가 나타난다. 어머니 조강자(김희선)는 교육청과 경찰 등에 이런 사실을 고발했지만 무시당한다. 어른들의 무기력함 속에서 아이들이 고통받는 현실을 치열하게 그린다.

‘여자를 울려’(극본 하청옥, 연출 김근홍· 박상훈)에도 극 초반 ‘학교 폭력’이 그려질 예정이다. 덕인(김정은)은 강력반 형사 출신으로 지금은 학교 앞에서 밥집을 운영하는 인물.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폭력 사건을 접하게 되고, 전직 형사다운 정의감으로 사건에 개입한다. 검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오만과 편견’(극본 이현주, 연출 김진민)에선 중·후반부 주요 사건에 아이들이 엮인 사실이 밝혀졌다. 기업의 비리 사건 폭로를 앞둔 상황에서 이와 관련한 뺑소니 사건이 발생하자 목격한 아이를 납치하고 살인을 교사한 것이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아동학대나 교내 폭력은 드라마 내적으로 사건의 강도를 높이면서 외적으로는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예민한 소재”라고 말했다. 박성수 MBC 드라마 국장은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아동학대 소재를 완성도 높게 표현함으로써 시청자를 흡인하게 됐다”며 “현실성이 뛰어난 리얼리즘 드라마를 계속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