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10명 중 4명 스폰서 로고 없는 모자 쓴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들의 후원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한국경제신문이 26일 입수한 ‘2015 KLPGA투어 시드권자 후원계약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시드권자 152명 가운데 87명(57.2%)만이 메인 스폰서를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달 9일 KLPGA투어 개막을 2주 앞둔 상황에서 추가로 후원 계약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나머지 65명은 ‘무적(無籍)’ 상태로 올 시즌을 시작하게 될 전망이다.

선수들에게 메인 스폰서는 자존심 그 이상이다. 소속감으로 인한 심리적 안정은 물론 자신감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금전적으로도 큰 보탬이 된다. 후원사는 소속 선수에게 연간 계약금에다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우승하면 상금의 50%, ‘톱5’에 들면 30%, ‘톱10’에 들면 20%의 보너스를 준다.

◆후원사 구한 선수 57.2%에 그쳐

KLPGA 10명 중 4명 스폰서 로고 없는 모자 쓴다
KLPGA투어의 인기가 치솟기 시작하면서 2012년에는 시드권자 118명 가운데 98명(83%)이 메인 후원사의 도움을 받고 시즌을 뛰었다. 2013년에는 시드권자 113명 중 86.7%인 98명이 스폰서를 구했다. 지난해에는 시드권자 수가 137명으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81.7%인 112명이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마쳤다.

하지만 올해에는 시드권자 152명 가운데 후원사를 구한 선수가 절반을 간신히 넘는 수준에 그쳤다. 한 선수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신인급 선수는 거의 계약한 경우가 없을 정도”라며 “기존 선수를 내보내고 선수단 규모를 줄이는 곳만 있고 후원 선수를 늘린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고 전했다.

◆‘부익부 빈익빈’…양극화 극심해져

후원 기업들이 인기가 높고 우승 가능성이 확실한 선수를 선호하는 현상이 예년보다 더욱 뚜렷해졌다. 미국과 일본 투어에서 활약하면서 동시에 KLPGA 시드권을 갖고 있는 유명 선수와 지난해 상금랭킹 50위 이내에 들어 올해 시드를 유지한 선수 등 총 69명 가운데 60명(86.9%)이 메인 스폰서를 두고 있다. 그러나 시드순위전을 거쳐 시드를 획득한 선수 83명 가운데 후원사가 있는 선수는 17명(20.4%)에 불과했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상금랭킹 상위 20위 이내 선수는 예년과 비슷하게 계약할 수 있지만 그 이하에서는 계약금이 30~40% 삭감될 정도로 후원 시장에 한파가 몰아쳤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높은 몸값을 고집하다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한 선수 관계자는 “예년에는 신인이 6000만~7000만원을 받았으나 올해는 4000만~50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며 “눈높이를 낮췄다면 계약이 성사됐겠지만 중간에서 너무 저울질을 하다가 협상이 결렬됐다”고 털어놨다.

◆한화, 후원선수 8명으로 최다

올해에는 총 38개 기업(국내 36개, 해외 2개)이 여자 프로골퍼 후원에 나섰다. 청호나이스(이연주), ABC라이프(김다나 지영진), 삼우건설(박서영) 등 6개 기업이 새롭게 후원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해 선수를 후원했던 기업 가운데 LIG손해보험, KDB금융그룹, 현대하이스코, 정관장, 이월드건설, 넥센세인트나인, 고려신용정보, 휴온스, JDX, 플레이보이골프, 텔코웨어, 삼성홈이앤시, 슈페리어, 루덴스, 진양제약, 로이주 등 16개 기업은 후원을 중단했다.

후원 기업 가운데 한화가 8명으로 가장 많은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는 2013년 12명, 지난해 9명을 거느렸다. 롯데그룹(롯데, 롯데마트, 하이마트 포함)은 지난해 13명에서 7명으로 후원 선수를 대폭 감축했고 볼빅도 지난해 11명에서 7명으로 인원을 줄였다. 비씨카드와 토니모리가 각각 5명, CJ오쇼핑 NH투자증권 요진건설 등이 4명씩을 후원한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