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과 수족관 영업정지 여파로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의 영업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1200여명 감소했다. 한경 DB
극장과 수족관 영업정지 여파로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의 영업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1200여명 감소했다. 한경 DB
천장에 걸린 대형 스크린에는 최신 영화 예고편이 나오고 있었지만 그 아래 극장 입구엔 불이 꺼져 있었다. 주말 점심시간인데도 식당가엔 자리가 반도 차지 않은 곳이 태반이었다. 의류 매장엔 손님은 없이 직원들만 우두커니 서 있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의 풍경이다.

지난해 12월16일 극장과 수족관이 안전 논란 끝에 영업정지를 당한 뒤 100일 가까이 지났다. 극장, 수족관과 같은 집객 효과가 큰 부대 시설이 문을 닫자 롯데월드몰 방문객은 개장 초기의 절반으로 줄었다. 입점업체들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직원 1200명이 이곳을 떠났다.

◆40~50% 세일해도 썰렁한 매장

'안전 논란' 롯데월드몰…100여명 일하던 극장엔 안내원 1명만
이날 롯데월드몰 매장 중엔 입구에 할인 안내문이 걸려 있지 않은 곳이 거의 없었다. 지하철 잠실역으로 가는 통로에 있는 여성 구두 브랜드 세라 매장은 40~50%, 그 옆에 있는 캐주얼 의류 갭 매장은 30% 할인 중이었다. 하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다. 한 직원은 “주말에도 물건을 사는 손님이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롯데월드몰은 지난해 10월 개장 당시 영업면적이 33만9749㎡로 축구경기장 47개 규모의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로 기대를 모았다. 개장 초기 하루 평균 방문객이 10만명을 넘으면서 자리를 잡아갔다.

하지만 안전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롯데월드몰 내 롯데시네마와 아쿠아리움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롯데시네마는 바닥 진동, 아쿠아리움은 수족관 누수가 이유였다. 오는 25일이면 영업정지 100일째가 된다.

주변 교통정체를 막는다며 도입한 주차 유료화 및 예약제도 걸림돌이다. 롯데월드몰에선 물건을 구입해도 시간당 6000원의 주차요금을 내야 한다. 동시에 2800대(하루 1만대 이상)를 수용할 수 있는 롯데월드몰 주차장을 이용하는 차량은 하루 평균 500여대에 그치고 있다.

롯데월드몰 방문객은 롯데시네마와 아쿠아리움 영업정지 이후 급감했다. 지난해 10월 10만8000명이던 하루 평균 방문객이 올 1월 5만4000명으로 줄었다. 지난 2월엔 설 특수 등에 힘입어 6만명으로 늘었지만 이달 들어선 다시 5만4000명으로 감소했다.

지난달 롯데월드몰 매출은 380억원으로 작년 11월보다 39.7% 줄었다. 롯데월드몰 운영사인 롯데물산 관계자는 “영업정지 전 롯데시네마엔 하루 1만5000명, 아쿠아리움엔 5000명이 다녀갔다”며 “두 시설이 문을 닫은 것이 쇼핑몰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영업 부진에 입점업체 철수도

방문객과 매출 감소로 일자리도 줄었다. 매출 부진을 견디지 못한 입점업체들은 시간제 근로자를 중심으로 직원들을 내보냈다. 롯데월드몰 전체 근무 인원은 6200명에서 5000명으로 1200명 줄었다.

롯데시네마와 아쿠아리움 영업정지로 줄어든 직원만 200여명에 이른다. 영업정지를 당하기 전 롯데시네마엔 105명이 근무했지만 지금은 상영관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안내하는 직원 한 명만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영업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철수한 업체들도 나타나고 있다. 고급 일식 전문점 히데야마모토와 액세서리 업체 그레지오가 지난달 문을 닫았다.

롯데는 입점업체들로부터 받는 수수료와 운영비 중 100억원가량을 감면해 줬지만 손실을 만회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영업부진이 장기화하자 롯데월드몰 입점업체들은 롯데시네마와 아쿠아리움의 영업 재개를 요구하는 내용으로 서울시에 탄원서를 내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롯데물산은 지난 6일 서울시에 롯데시네마와 아쿠아리움에 대한 안전 점검 보고서를 제출했다. 서울시는 이 보고서를 검토한 뒤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영업 재개를 허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영업 재개를 쉽게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관측이다. 비슷한 사고가 또 발생하면 서울시도 그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보완할 사항이 있는지 검토해 영업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