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15일 오후 3시15분

70만명에 달하는 교사·교수들의 공적 부조 기관인 교직원공제회가 회원에게 지급하는 급여율을 연 4%대로 1%포인트가량 낮춘다. 기준금리가 연 1%대로 떨어진 데 따른 후폭풍이 공제회원들에게 몰아치고 있다.

25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교직원공제회는 이달 말 열리는 대의원대회에 급여율을 기존 5.15%에서 4% 초반으로 낮추는 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교직원 군인 지방행정 경찰 소방 등 5대 공제회 가운데 연 5% 밑으로 급여율을 내리는 것은 교직원공제회가 처음이다. 역마진에 시달리는 다른 공제회도 급여율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한 공제회 운용 관계자는 “연 1%대의 초저금리 시대에 연 5%대 이자를 회원들에게 계속 지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他공제회 급여율 인하 촉각…대학기금도 '발등의 불'

교직원공제회가 회원들에게 주는 급여율을 낮추는 것은 기금· 공제회 업계에 불어닥친 지급율 인하의 ‘시발탄’이란 평가다.

교직원공제회는 전국 국·공·사립의 각급학교 교직원을 상대로 은행 예금과 비슷한 장기저축 급여를 운용하면서 25조원의 돈을 굴리고 있다. 높은 이자율을 유지해온 탓에 2013년에 약 24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회원들에게 약속한 돈을 지급하기 위해 위험한 투자를 감행하기보다 지급 금액을 줄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소방공제회는 소방공무원 퇴직 때 지급하는 급여율을 2012년까지 6%로 유지하다 2013년에야 5.1%로 떨어뜨렸다. 현 금리 수준과 비교하면 소방공제회는 5487억원(작년 말 잠정치)의 자산을 굴려 시중금리의 세 배에 육박하는 이자를 회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군인(급여율 5.4%), 교직원(5.15%), 지방행정(5.0%) 등 다른 공제회들도 ‘역마진’으로 인해 지급 준비율이 100%를 밑돌고 있다. 한꺼번에 회원 급여를 정산할 경우 돈이 모자란다는 의미다.

5대 공제회를 포함해 대형 연기금들은 그나마 투자 다변화를 추진해 왔지만 예금, 채권에 자산 대부분을 묻어두는 ‘장롱 투자’에 의존했던 중소 기관들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장학재단 관계자는 “700억원의 자산을 은행 예금, 국공채 등 안전 자산에 투자해 왔지만 이자율 급락으로 사업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학기금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내 사립대학 적립금(기금 총액) 규모는 2003년 5조원에서 2013년 10조원으로 두 배 증가했지만 주식에 들어간 돈은 637억원(2013년 기준,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자료)에 불과하다. 이광석 사립대재정관리자협의회 회장은 “90% 이상이 은행 예금”이라며 “대학기금 투자풀 마련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경우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경험이 전무한 국내 중소형 기관투자가들이 아무런 준비도 안된 채 초저금리 시대를 맞게 됐다”며 “미국은 작은 대학들도 사모펀드 등 대체투자에 상당한 돈을 넣는 등 투자 경험을 쌓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