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IC 단말기 전환, 대형 가맹점이 나서야
“영세 가맹점은 준비가 끝났습니다. 대형 가맹점이 얼마나 호응할지가 관건입니다.”

신용카드업계 고위 관계자는 얼마 전 기자에게 마그네틱 방식의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를 보안성이 더 좋은 IC칩 단말기로 바꾸는 사업이 전환점을 맞았다고 강조했다. 신용카드업계는 최근 영세 가맹점 단말기 교체 지원사업의 발목을 잡았던 증여세 문제를 해결했다. 카드사들은 교체 지원사업을 위해 1000억원을 조성했는데 국세청이 500억원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난항을 겪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증여세를 면제받도록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 규칙’을 바꿔줬다. 증여세 없이 교체가 가능해진 것이다. 1000억원이 투입되면 230여만 카드 가맹점 가운데 60여만 곳의 단말기가 교체될 전망이다.

공은 이제 대형 가맹점으로 넘어갔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연매출 1000억원 이상 대형 가맹점은 카드사들이 도와주지 않기 때문에 자비로 교체해야 한다. 하지만 대형 가맹점들은 IC칩 단말기 교체를 계속 머뭇거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까지 대형 가맹점의 단말기는 밴(VAN)사가 무료로 설치해줬다. 리베이트까지 제공했다. 밴사들은 대형 가맹점에 단말기를 설치해 주고 수수료를 챙길 수 있었다.

카드업계에서는 대형 가맹점들이 이번에는 밴사에 기대지 말고 스스로 IC칩 단말기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는다. 영세 가맹점의 단말기 교체 비용은 카드사에서 부담했으니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대형 가맹점도 돈을 내라는 것이다. 밴사가 대형 가맹점 대신 돈을 내면 결국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도 내세운다.

대형 가맹점 수는 420여곳(작년 말 기준)으로 전체 가맹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2% 정도다. 가맹점 수는 많지 않지만 지난해 매출은 215조원(38%) 정도로 추정된다.

카드 부정 사용액은 해마다 1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단순 계산할 때 대형 가맹점만 IC칩으로 바꿔도 40억원에 가까운 부정 사용의 피해는 예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대형 가맹점들이 소비자 피해를 줄이는 데 좀 더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다.

이지훈 금융부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