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쿠션 우리 것과 똑같네"…아모레, 로레알과 소송전 예고
세계 최대 화장품 업체인 로레알그룹이 아모레퍼시픽 ‘쿠션 파운데이션’의 유사 제품을 프랑스에서 출시했다. 쿠션 파운데이션은 지난해 국내외에서 2500만개가 팔려 9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빅히트 상품이다. 매출 규모가 10배 이상 큰 로레알이 아모레퍼시픽의 ‘미투(me too) 제품’을 내놓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로레알그룹 주력 계열사인 랑콤은 지난 2일 프랑스에서 쿠션형 파운데이션 제품인 ‘미라클 쿠션’ 판매를 시작했다. 로레알코리아 관계자는 “아시아를 제외한 일부 국가에서 먼저 출시했다”며 “한국에도 내놓을 계획이지만 정확한 시점은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제품의 잠정 출시일은 오는 19일이지만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 산하 명품 화장품 편집매장인 세포라 등 프랑스 내 일부 매장에서 먼저 선보였다. 개당 가격은 45.87유로(약 5만9000원)다. 랑콤은 이 제품을 ‘기적의 쿠션’이라고 홍보하며 홈페이지에 제품 사용법을 설명하는 동영상까지 올렸다.

랑콤 프랑스 홈페이지 화면.
랑콤 프랑스 홈페이지 화면.
미라클 쿠션은 그러나 세계 색조 화장품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에서는 출시되지 않았다. 랑콤이 주요 시장인 유럽과 북미권에서 동시에 선보이지 않고 프랑스에서만 슬그머니 신제품을 출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는 이 제품이 출시 전부터 짝퉁 논란이 있었던 만큼 랑콤이 일단 프랑스에서만 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흰색의 둥근 용기에 같은 모양의 스펀지가 내장된 점, 이 스펀지를 도장 찍듯 꾹 누르면 자외선차단제가 포함된 파운데이션이 나오는 점 등 쿠션 파운데이션의 핵심 특징을 랑콤이 본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과 로레알 간의 특허 분쟁 조짐도 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한국 외에도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특허 등록을 마쳤다. 미국에서는 ‘CC 쿠션’이란 이름으로 60달러(약 6만54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특허팀과 기술연구소 메이크업연구팀 분석 결과 특허권 침해로 판단되면 해당 업체에 경고장을 보내고 시정하지 않을 경우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로레알그룹을 특허권 침해로 고소하면 토종 화장품 업체가 해외 거대 화장품 업체를 상대로 벌이는 첫 번째 소송이 된다.

아모레퍼시픽은 2008년 자외선차단제와 파운데이션을 특수 스펀지에 흡수시켜 원형 용기에 담은 ‘아이오페 에어쿠션’을 출시, 색조 화장품 부문에 ‘쿠션’이란 새로운 분야를 만들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그룹 산하 13개 브랜드에서 일제히 쿠션 제품을 출시해 지난해에만 2500만개를 판매했다.

에스더 동 아모레퍼시픽 미주법인 부사장은 “뉴욕의 화장품 전문가들도 한국의 화장품 기술력이 미국보다 10년 이상 앞선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쿠션 제품은 K뷰티의 저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강조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인 데이터모니터도 “한국의 BB크림 CC크림 등 사용하기 편리하고 빠른 메이크업이 가능한 다기능 제품이 북미와 유럽 시장의 색조화장품 부문을 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