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움직이는 '서금회'
“서, 서, 서.”

지난 20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 서강대 출신 금융인 100여명이 모였다. ‘서강금융인회(서금회)’의 송년회 자리였다. 이날의 건배사는 ‘서, 서, 서’.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이 금융권에서 우뚝 서자는 의미의 구호였다.

송년회에는 서병수 부산시장(경제 71학번), 정연대 코스콤 사장(수학 71),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경영 76), 황영섭 신한캐피탈 사장(경영 77) 등이 참석했다. 서 시장은 금융인은 아니지만 18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서금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 모임에는 서강대 이사장인 김정택 신부도 참석해 강의를 했다.

○CEO 자리 차지 골든타임?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이 뜰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경제 71),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수학 67)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전 정부에서 위세를 떨쳤던 고려대 출신이 대거 물러났지만 연세대, 성균관대 출신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최근 최고경영자(CEO) 선출 작업을 벌이고 있는 우리은행과 KDB대우증권 등에서 서강대 출신 후보들이 부상하면서 ‘서금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 정부의 임기가 3년가량 남은 점을 감안하면 주요 금융사 CEO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고 보고 움직임을 본격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우증권은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 사장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홍성국 대우증권 부사장(51)이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출신(82학번)이다. 다음달 초 차기 행장을 내정할 우리은행에서는 서금회 멤버인 이광구 부행장(57·경영 76)이 행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당초 이순우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우세했지만 최근 들어 이 부행장이 강력한 도전자가 됐다는 분석이다.

○“역풍 맞을라” 조심조심

이런 분위기 때문에 서금회 송년회도 한껏 달아올랐다는 게 참석자들의 얘기다. 하지만 서금회의 움직임이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형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CEO 후보들이 대통령과 같은 대학을 나왔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오히려 ‘역(逆)차별’을 받을 수도 있어서다.

서강대 동문 모임인 ‘서강바른포럼’의 일부 간부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당시 후보를 지지하는 불법 선거 운동을 벌인 혐의로 지난해 집행유예를 받은 것도 서강대 출신들을 움츠리게 했다. 이 때문에 서강바른포럼의 지부 성격인 ‘서강바른금융인포럼’은 모임 이름을 ‘서강금융포럼’으로 바꾸기도 했다.

서금회 관계자는 “서강대는 다른 대학보다 규모가 작아 금융권에 종사하는 사람 자체가 많지 않다”며 “힘이 없다보니 대학 동문끼리라도 알고 지내면서 필요하면 도움을 주고받자는 취지의 모임”이라고 말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서금회는 2007년 만들어졌다. 회원은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금융업계 팀장급 이상 동문 300여명이다. 이경로 한화생명 부사장(경영 76)이 회장을 맡고 있다. 매년 두 차례 정기모임을 연다.

은행권에서는 이덕훈 행장과 채우석 우리은행 부행장(경제 76) 등이 서금회 멤버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서명석 유안타증권 사장(경영 80), 이정철 하이자산운용 사장(경영 76), 정은상 GS자산운용 전무(사학 81) 등이 참여하고 있다. 남인 KB인베스트먼트 사장(경제 76), 김홍달 OK저축은행 수석부사장(경영 76) 등도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서강대를 나온 홍기택 회장은 서금회 멤버가 아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