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의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는 깜짝 인수합병(M&A) 거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범현대가 기업이자 옛 주인인 한라그룹만이 그동안 자동차용 에어컨과 히터 등을 생산하는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인수하겠다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밝혀왔기 때문이다. 한라비스테온공조 매출의 절반가량이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 가운데선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이 없었다.

한라비스테온공조, PEF 한앤컴퍼니 품으로
한앤컴퍼니는 PEF 중에서도 현대차그룹과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온 만큼 이번 인수가 가능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상원 한앤컴퍼니 사장은 2006년 모건스탠리PE 근무 때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의 지분 24.81%를 취득하는 작업을 주도한 인연이 있다. 한라그룹으로서도 한라비스테온공조를 되찾아올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 매출 의존도 43%

한라비스테온공조의 지난해 매출은 5조1900억원으로, 이 중 43.3%(2조2500억원)가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공급하면서 발생했다. 그나마 미국 비스테온 본사가 지난해 1월 전 세계 18개 공조법인을 한라비스테온공조에 합병하면서 2012년 55.8%에 달했던 매출 의존도가 대폭 낮아진 것이다.

투자은행(IB)업계는 “매출의 절반이 현대차에 몰려있기 때문에 매각 대상을 선정하는데 있어서도 현대차그룹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범현대가인 한라그룹은 2012년 옛 핵심 계열사인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1997년 경영난 때문에 한라공조를 비스테온에 매각하는 것을 지켜봤던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만도를 인수한 데 이어 한라비스테온공조까지 되찾아오겠다는 계획을 숨기지 않고 있다.

○현대차와 한앤컴퍼니의 인연

한앤컴퍼니는 비록 PEF이지만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인수하기에 가장 적합한 후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2012년 자동차 부품회사 코아비스를 인수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PEF 가운데 관련 업종에 대한 이해가 가장 높다. 또 한 사장 등 한앤컴퍼니 최고경영진이 현대차그룹과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것이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인수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한 사장 등은 모건스탠리PE 시절인 2006년 현대차 계열인 현대로템 지분 24.81%를 취득해 2대 주주가 됐다.

IB업계에선 현대로템 투자를 통해 맺은 인연 등이 있어 현대차그룹이 한앤컴퍼니의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를 용인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및 재무구조 개선이 한창인 한라그룹은 어차피 지금 당장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인수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한앤컴퍼니가 투자금 회수에 나설 3~5년 동안 시간을 번 셈이므로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인수가격이 4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로 한앤컴퍼니는 MBK파트너스와 함께 국내 양대 PEF로 우뚝 서게 됐다.

웅진식품, 한진해운 벌크선사업부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대형 PEF로 거듭나고 있지만 지금까지 성사시킨 거래 가운데 가장 큰 규모는 5500억원(한진해운 벌크선사업부 인수)이었다.

정영효/최진석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