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리모델링 시공사를 선정한 서울 개포동 대청아파트 전경. 벽면에 리모델링에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지만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김동현 기자
지난달 리모델링 시공사를 선정한 서울 개포동 대청아파트 전경. 벽면에 리모델링에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지만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김동현 기자
올 상반기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된 이후 서울 강남권에서 처음으로 지난달 리모델링 시공사(포스코건설)를 선정한 개포동 대청아파트엔 여전히 리모델링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외부에서 보기엔 갈등이 적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17일 방문한 이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에선 외부 모습과 정반대의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예정된 절차대로의 진행이었다.

1992년 지상 13~15층 6개동, 822가구(전용 39~60㎡)로 지어진 대청아파트는 지하 2층, 지상 3층이 증축돼 80가구 늘어난 902가구로 리모델링될 예정이다.

박철진 리모델링 조합장은 “총회를 기점으로 27명의 조합원이 추가로 들어와 전체 조합원 규모가 674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총회에 앞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토지 등 소유자의 85%가 리모델링 사업에 찬성했다.

○“재건축 땐 분담금 3억원 넘어”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리모델링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9월 초 ‘9·1부동산 대책’을 통해 준공 후 재건축 연한을 최대 30년으로 완화하면서 재건축으로 바꾸자는 비상대책위원회 측 주장이 힘을 얻었다. 비대위 관계자는 “아파트 지반이 암반이어서 리모델링하는 데 드는 자금이 조합의 예상보다 많이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합 측은 “대청아파트의 기존 용적률은 183%로 재건축을 추진하면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며 “비대위는 왜 재건축을 해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조합은 재건축 연한에 관한 정부 발표가 나온 후 건축사사무소와 함께 재건축과 리모델링에 대한 사업성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리모델링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재건축은 법 개정 후에도 사업을 시작하려면 8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데다 주민 분담금 규모가 커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조합에 따르면 리모델링으로 전용 72㎡ 일반분양 80가구(3.3㎡당 분양가 2800만원 기준)를 짓게 되면 가구당 8400만~1억2000만원의 분담금이 들어간다. 반면 재건축 땐 땅 일부를 기부채납(공공기여) 해야 하고 임대아파트도 지어야 해 가구당 3억원 이상의 분담금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게 조합의 분석이다.

○서울시 “기본계획 내년 5월 수립”

주민들의 조합 참여가 늘어나면서 리모델링 쪽으로 중심추가 쏠리고 있지만 조합은 최근 예상 밖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가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않아 주민 동의를 받더라도 사업이 지체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본계획 수립은 리모델링의 첫 번째 단계로 지방자치단체가 노후 주택 현황을 파악하고 리모델링에 따른 지역 내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관리하기 위한 계획을 짜는 것이다. 기본계획이 없으면 안전진단을 통과하더라도 행위 허가를 받을 수 없다. 2016년 1월로 예정된 아파트 착공 시기가 늦어질 것을 조합 측은 우려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7월부터 기본계획 수립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내년 5월께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