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글로벌 인재포럼에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글로벌 인재포럼에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2일 “대학 재정을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의 지원이 많아야 한다”며 “트러스트 펀드를 만들어 기금을 모으고 이를 균형 있게 고등교육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장관은 교육부와 한국경제신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4~6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공동 개최하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4’를 앞두고 한 특별인터뷰에서 “대학이 등록금에 의존하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도 대공황기에 국민에게 유산을 모아 나라를 일으키는 데 쓰자고 해서 트러스트 펀드로 돈을 모았다”며 기금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8월 취임한 황 장관이 언론과 공식 인터뷰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사회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입니다.

“누구 탓을 하지 말고 지도층이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교육과정이 중요합니다. 학생이 선생님을 신뢰하고 선생님이 교육당국이나 교육계를 신뢰하는 바탕에서 공부하고 자란 학생은 신뢰를 몸소 체험하면서 커 사회에 나와서도 그걸 유지하게 됩니다. 박근혜 정부의 교육 목표는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이지만 교육부 자체로는 신뢰받는 바른 교육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신뢰와 통합의 관점에서 교육의 역할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신뢰받는 교육은 어떤 것입니까.

“교실부터 법치주의로 가야 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단일민족 사회로 이뤄져와 다양성보다는 동질성과 일체감을 느끼는 사회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끼리, 동창끼리 법을 따지면 뭐하냐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현대국가에서는 법치주의를 확립해야 합니다.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다툼이 있으면 법이나 규칙이 어디 있을까 따지고, 궁극적으로는 헌법을 따라야 합니다. 법치주의는 형벌을 강요한다기보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근본 원리입니다. 인권과 자유시장경제, 민주적 절차 등 결국 헌법가치로 수렴되는 내용을 교실에서 가르쳐야 하고 이게 신뢰와 통합의 근본이 돼야 합니다. 국제적 기준에 맞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도 법치주의로 가야 합니다. 그게 체득되는 교육을 통해 후대를 양성해야 합니다.”

▷올해 글로벌 인재포럼의 주제가 신뢰와 통합의 인재입니다.

“그동안 글로벌 인재포럼은 무한경쟁시대의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로 인적 자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혁신을 촉진해 우리의 인재육성과 교육발전에 기여해왔습니다. 올해 인재포럼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고 개인의 성장과 국가발전, 이웃과 동료의 성장을 함께 이끌어갈 ‘신뢰와 통합의 인재’ 육성방안이 논의됩니다. 인재포럼이 앞으로 보다 다양한 의제를 발굴하고 국제협력을 확대한다면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지원하고 우리 교육의 국제화를 촉진하는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수능 출제 오류에 따른 피해 학생 구제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진실한 답을 쓴 학생들의 신뢰를 저버리면 안 됩니다. 법으로 따져 정의와 나의 신뢰이익을 국가가 보장해준다는 점을 알려줘야 합니다. 피해 학생 구제를 위해서는 입법적 뒷받침도 필요하고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자라는 학생들에겐 정의와 신뢰이익은 중요한 가치입니다.”

▷서울교육청의 자율형 사립고 지정 취소에 대한 입장은.

“자사고는 생명 같은 네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건학이념을 갖추고, 자유롭게 학생을 뽑고, 가르치는 것도 자율로 하고, 재정도 스스로 하라는 것입니다. 이를 포기하라는 것은 자사고를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선발권을 포기하라거나 가르치는 내용도 교육청에서 정하겠다고 하면 획일화된 한국 교육을 살리자는 근본 원칙과 맞지 않습니다.”

▷교육감들은 정부 지원을 요구하며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난색을 표하는 상황입니다.

“상위 30%의 무상급식만 줄여도 5000억원이 넘습니다. 내년에 누리과정 자금이 추가되는 게 5000억원인데 상위 30% 무상급식만 절약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예를 든 것입니다. 현재 320조원의 국채와 200조원의 지방채로 570조원가량의 국가부채가 있습니다. 국회에서 논의해야 하지만 어려우니까 절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가공약도 많이 연기하고 양보하는데 교육감들이 자신들의 공약은 양보 못하겠다고 하면 국가 재정의 효율성에 맞지 않습니다.”

▷기존의 대학 구조조정에 대해 다른 구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구조조정은 시장경제에 따라 자연히 줄어야지 정부가 할 일이 못 됩니다. 구조조정의 참뜻은 혼란을 방지하고 피해를 줄이자는 것입니다. 정부가 할 일은 수요 창출입니다. 현재 유럽은 대학이 통합됐고 아시아와도 통합하자고 하고 있습니다. 세계대학 통합이 이뤄지면 우리도 세계에 내놔야 할 대학이 있어야 합니다. 대학문을 닫기보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내대학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40~50대 중장년층이 대학에 가려는 수요도 꽤 있습니다. 부모의 권유로 약대를 졸업한 전업주부가 평소 꿈이었던 인문학 공부를 위해 새로 대학에 가고 싶어하는 수도 있습니다. 700만 해외동포의 자녀에게도 문을 열어줘야 합니다.”

▷눈을 밖으로 돌릴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국내 외국인 근로자가 100만명인데 10%만 해도 현재 모자라는 정원 16만명에 근접합니다. 일하면서 학비를 대는 것을 허용하려면 복잡하기는 하지만 풀어야 합니다. 우수한 국가장학생을 많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중국이 그렇게 하고 있는데 유학생들이 자국에 돌아가면 아시아에 중국만 있는 줄 압니다. 우리도 유학생을 키워야 합니다. 새마을운동만 해도 세계 126개국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징검다리가 될 수 있는 나라입니다. 개도국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중간단계가 필요한데 한국은 네이션 빌딩(nation building·국민국가 형성) 경험이 있습니다. 국내 대학에 ‘가난극복학과’를 만들어 한국이 민주화와 산업화를 어떻게 이룩했는지를 다루면 세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대학은 등록금 동결로 경쟁력이 없다고 하소연하는데.

“학생 수가 줄어 등록금 의존이 높은 대학은 치명적 타격을 받습니다. 국가재정에서 대학 분야는 내년에 8% 늘었습니다. 대학이 등록금에 의존하는 시대는 끝내야 합니다. 한국 학부모들은 세계 두 번째로 높은 등록금을 내고 있습니다. 등록금 인상을 풀어줄 게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지원이 많아져야 합니다.”

▷국가 사회의 지원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죽으면 재산을 어떻게 할까 고민한다는데 루스벨트 대통령도 대공황 때 국민에게 호소하기를 유산을 모아 나라를 일으키는 데 쓰자고 했답니다. 현재 일부 대학에만 기부가 몰리는데 정부 등에서 ‘트러스트 펀드’를 만들고 그걸 균형 있게 고등교육에 투자해야 합니다. 대신 펀드에 기부하는 분들의 영예를 정부가 보장하고 시민적 혜택을 부여해야 합니다. 상속세나 증여세 감면 등 트러스트 펀드의 선례가 많은 나라에 있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하려니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 연구개발(R&D) 규모는 55조원인데 국내총생산 대비 규모로는 세계 2, 3위를 합니다. 그걸로 대학이 열심히 하면 재원이 없는 그런 시대는 아닙니다. 새로운 차원으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합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를 절대평가로 바꾸면 국어 수학 등 사교육이 늘어나는 ‘풍선효과’ 우려도 없지 않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학생의 지나친 학업 부담과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일관성 있는 대입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수학과 국어에 있어서도 학교에서 적정 수준의 학습만으로 사교육 없이 시험준비가 가능하도록 ‘쉬운 수능’ 기조가 유지되도록 하겠습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