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단가를 조작해 수조원대의 공사를 나눠 가진 대형 건설사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2조원대 가스관 공사 입찰 담합을 주도한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로 건설사 20곳을 적발해 관련 임직원 50명을 입건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이들 중 김모 SK건설 영업상무(54)와 이모 두산중공업 영업상무(55)는 구속됐다.

이번에 적발된 건설사에는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업체 대부분이 연루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은 가스공사가 2009년 5월부터 2012년 9월 사이에 발주한 2조1300억원 규모의 29개 LNG(액화천연가스) 가스관 공사 입찰에서 경쟁을 피하기 위해 특정 업체가 맡을 공사구간을 미리 정한 뒤 다른 업체들은 들러리를 서주는 수법으로 일감을 나눠 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를 위해 각 건설사 영업팀장들은 2009년 5월부터 두 차례 모임을 하고 제비뽑기로 서로가 맡을 공사구간을 정했다. 낙찰 업체는 공사 예정가격의 80~85% 수준의 입찰가를 가스공사에 제출했고 다른 업체는 이보다 많은 공사 예정가격을 제출했다.

경찰은 이들의 담합으로 정상적인 입찰이 진행됐을 때보다 약 3000억원의 국고가 낭비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총 공사 예정금액의 약 15%에 달하는 수준이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