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원격의료 도입, 이해관계 집착 말고 앞을 봐야
원격의료가 사회적 논란 속에서 한 치도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환자한테 편리하다, 위험하다, 미래시장을 선점해야한다, 시기상조다’ 등 다양한 의견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관여하고, 직접 갑상선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필자의 경험으로는 이런 논란이 의료현장에서의 요구로부터 출발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의료 소비자의 관점이 아니라 공급자의 이해관계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기존 시범사업은 고속 전용통신망, 고가의 다양한 단말장비로 구성된 시스템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전화로도 진료할 수 있다.

처음 병의원을 찾는 환자를 전화로 진료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으나 정기적으로 다니던 환자의 경우 보호자가 대신 왔을 때 전화로 환자와 통화한 후 같은 약을 재처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고가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화로 통신진료를 하는 것이다. 원격처방 앱과 원격진료 수가만 정해져 있으면 만성질환 재진의 경우 휴대폰으로 환자의 얼굴을 보고 대화하면서 진료하고 충분히 처방이 가능하다.

굳이 시간을 내어 병의원에 가서 의사와 잠깐 동안 상담하고 약을 다시 받으려고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휴대폰을 꺼내 앱을 켜고 평소 다니던 병의원에 진료 예약을 하면 의사가 화상전화를 걸어 얼굴 보면서 대화하고 약 처방을 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격의료의 미래는 어떨까. 유전체,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신기술이 도입되면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1차의료는 치료가 아니라 맞춤예방으로 바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신체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유헬스가 일반화된다.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형’에서 신체에 내장되는 ‘임플란트형’이 되고, 채혈 없이 우리 몸의 생체정보를 실시간으로 알게 된다.

면봉으로 입안의 점막을 문질러 구글이나 네이버헬스에 보내면, 나의 유전체정보와 신체특징, 건강기록, 생체정보를 종합한 ‘헬스아바타’가 생성되고 이를 다른 아바타 빅데이터로 분석해 맞춤예방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나에게 맞는 식이, 운동방법이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기기로 제공되고, 내가 잘 수행하는지 ‘피드백’을 줄 것이다.

현재 의사는 문진, 시진, 촉진과 각종 검사 결과로 진단과 처방을 한다. 미래에는 유전체정보, 수만개의 단백체, 대사체 정보를 분석해야 하므로 의사 혼자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컴퓨터 분석의 도움을 받아 진단하고, 빅데이터 분석서버는 실시간으로 전세계의 의료정보를 피드백받아 업데이트할 것이다.

기술의 발달과 의료소비자 권리 강화라는 메가 트렌드는 막지 못한다. 눈앞의 이해관계에 집착하지 말고 좀 더 앞을 봐야 한다. 까딱하다가는 전세계 유명한 의사를 원격 채용한 중국의 원격의료시스템에 종속될지도 모른다.

강건욱 < 서울대 의대 핵의학교실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