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무원 연금개혁 초안이 나왔지만 법제화까지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안전행정부가 지난주 마련한 초안은 우선 여당인 새누리당으로부터 양보와 고통분담이 적다는 지적을 받았다. 새누리당은 지난 17일 열린 당정협의에서 안행부에 공무원노조와의 협의를 거쳐 연금개혁안을 보완해오라고 주문했다. 공무원노조는 곧바로 정부안이 공무원들의 일방적인 양보만을 요구하고 있다며 강경투쟁을 선언했다.

정부안은 한국연금학회가 지난달 마련한 개혁안보다 강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직 공무원의 연금 납입액을 단계적으로 41% 올리고 수령액을 34% 삭감하는 내용이 골자다. 은퇴자에 대해서도 최대 3% 재정안정화 기여금을 부과해 수급액을 줄이기로 했다. 연간 인상 폭을 재정여건에 따라 조정하는 ‘유럽식 자동안정화장치’도 도입한다고 한다.

정부안 내용 자체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다. 연금학회 개혁안까지 이미 나와 있으니 사회적 공론화 과정에서 쟁점사항들을 조정하면 될 것이다. 문제는 공무원 연금개혁을 누가 주도하는가다. 새누리당은 주도할 의지가 적어 보인다. 개혁입법 주체와 일정도 정하지 않았다고 하니 ‘100만 공무원’ 눈치를 보는 것이 분명하다. 여기다 지난달 연금학회 토론회장에 난입해 실력행사를 했던 공무원노조는 초강경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 상태라면 공무원 연금개혁은 한발짝도 더 나아갈 수 없다. 이미 연금기금이 고갈돼 지금도 연간 2조원의 세금이 들어가고 4년 뒤면 연간 5조원이 된다. 새 개혁안을 적용하더라도 연금 적자액은 박근혜 정부 임기 내 3조7000억원, 2027년까지 30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 세금 부담을 국민에게 넘겨놓고 모르는 척할 것인가.

담당 부처인 안행부가 소신을 갖고 밀어붙여야 한다. 청와대나 새누리당에 기대할 것이 없다. 공무원단체들과 투명하고 공개적인 대화를 더 많이 가져야 한다. 공무원연금은 사회적 부조와는 다른 법적 연금인 만큼 공무원들의 양해도 구해야 한다. 나라경제를 살리는 옳은 일인 만큼 공직자들의 사명감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