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향기] 이탈리아 명품 페라가모,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이탈리아 신사가 돌아왔다
마시밀리아노 지오르네티는 고급 구두에 집중됐던 살바토레 페라가모 마니아들의 관심을 의류로 분산시킨 인물이다. 2010년 수석 디자이너(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임명된 뒤 80여년 역사의 페라가모를 현대적으로 재정비했다. 취임과 동시에 우아한 여성복 컬렉션으로 두각을 드러냈지만 사실 그의 장기는 남성복이다.

[명품의 향기] 이탈리아 명품 페라가모,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이탈리아 신사가 돌아왔다
견고한 디자인과 장인들의 직조 기술을 결합한 남성복으로 페라가모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지오르네티는 올 가을·겨울(F/W) 남성복 컬렉션에서 그동안 쌓은 탄탄한 실력을 마음껏 드러냈다. 원단의 촉감과 색상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메이드 인 이탈리아’ 남성복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번 컬렉션에서 직장과 가정, 공적인 삶과 사생활 등의 경계가 모호해진 현대인의 일상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깔개용 직물인 러그를 연상케 하는 재킷, 담요에서 차용한 프린지 디테일, 겉옷으로 바꾼 실내용 가운 등이 대표적인 예다. 블루종, 재킷, 더플코트, 피코트, 슬림 팬츠 등 남성복의 기본 제품군에 깔끔하고 날렵한 특유의 디자인을 적용했다.

베이지, 크림, 세서미, 카멜, 더치 블루, 미드나잇 블루 등 자연물을 떠올리게 하는 색상을 활용했다. 두꺼운 밑창의 몽크 스트랩 슈즈, 결이 살아있는 오버사이즈 폴로 백을 곁들여 가볍지 않으면서도 지나친 중후함은 걷어낸 스타일을 완성했다.

[명품의 향기] 이탈리아 명품 페라가모,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이탈리아 신사가 돌아왔다
남성화 주력 제품은 사르데냐다. 사르데냐는 시칠리아섬의 사르데냐섬과 그 주변 섬들로 구성된 이탈리아령 자치주. 창업자인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세계 최초로 웨지힐을 만들 때 사용했던 사르데냐 코르크를 뜻하기도 한다. 스웨이드 소재로 만든 드라이빙 슈즈인 사르데냐는 들소를 연상케 하는 색상을 사용해 가을의 느낌을 가미했다.

파리지는 페라가모의 상징인 간치니 장식이 돋보이는 드라이빙 슈즈다. 스테디셀러라 거의 매 시즌 소재와 색상을 달리해 선보였는데 이번 시즌에는 더치 블루 색상으로 출시했다.

[명품의 향기] 이탈리아 명품 페라가모,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이탈리아 신사가 돌아왔다
광고캠페인은 세계적인 듀오 사진 작가 머트 알래스와 마커스 피고트가 촬영했다. 동틀 무렵의 하늘, 일몰 직전의 마지막 볕, 영롱하게 빛나는 푸른 꽃밭 등 자연의 풍광이 현대적인 디자인과 잘 어우러졌다는 평을 받았다. 제이슨 안토니, 펠릭스 헤르만이 강인하면서도 세련된 ‘페라가모 맨’을 표현했다.

제이슨 안토니는 루이비통 구찌 지방시 돌체앤가바나 펜디 브리오니 등의 쇼에 올랐던 톱모델이다. 이번 시즌에 페라가모뿐 아니라 디올옴므의 얼굴로 발탁됐다. 펠릭스 헤르만도 프라다 톰포드 돌체앤가바나 필립플레인 아크네스튜디오 쇼에 잇따라 기용됐던 모델이다.

페라가모는 1928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구두 장인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만든 브랜드다. 영화 ‘사브리나’에서 오드리 헵번이 신었던 플랫 슈즈 등 고전으로 꼽히는 기념비적인 구두를 다수 제작했다. 구두·핸드백·의류 외에 향수·시계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 상태다. 지난 8월 ‘버클 컬렉션’을 출시해 화제가 됐다. 페라가모 구두와 액세서리에서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던 ‘버클’을 주제로 선글라스, 시계 등으로 구성한 컬렉션이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