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배환국 소프트캠프 대표, '설레는 불금'…밤새 자전거 타고 가서 캠핑…이른 아침 풍경보며 茶 한잔 '나만의 시간'
배환국 소프트캠프 대표(44)는 금요일 저녁이면 자전거에 텐트를 싣고 집을 나선다. ‘불타는 금요일(불금) 저녁에 웬 자전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에게는 이때가 가장 설레는 순간이다. 요즘 푹 빠져 있는 취미는 자전거 캠핑. 목적지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밤에 캠핑을 하고 다음날 돌아온다.

배 대표가 자전거 캠핑을 시작한 것은 올초 금연을 하면서부터다. 담배가 아닌 다른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필요했던 것. 보안 소프트웨어 회사인 ‘소프트캠프’를 15년 동안 운영하며 쉼 없이 달려온 그로선 힐링이 필요하다.

배 대표는 “중년의 나이를 생각해 몸에 좋은 취미를 찾다가 자전거 캠핑을 알게 됐다”며 “숨이 차도록 달린 뒤 자연 속에서 별을 보고 누우면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거리는 30~40㎞로 평균 두세 시간 걸린다. 서울 인근을 시작으로 남한강 자전거 코스는 이미 완주했고, 최근에는 영종도 코스를 다녀왔다. 앞으로는 4대강 코스에 도전할 계획이다.

자전거 캠핑을 할 때 배 대표는 주로 혼자 다닌다. 효율적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바쁜 하루를 보내다 보면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어렵고, 회사 업무와 가정사 등에 신경 쓰다 보면 어느새 자신은 뒷전이지만 자전거 캠핑 때만은 예외다. 그는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점심까지를 자기만의 시간으로 선포했다. 남은 주말 동안에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가족들도 만족한다.

밤길에 자전거 헤드라이트를 켜고 페달을 밟다 보면 걱정거리는 사라지고 상쾌함이 몰려온다. 바쁜 생활에 지쳐 있던 나를 챙기고 보살폈다는 느낌에 정신적 만족도도 높다. 자연 속에서 맞는 이른 아침,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는 아름다운 풍경과 맑은 공기는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다. 전날 어두워서 보이지 않던 풍광을 돌아오는 길에 마주하며 또 다른 재미를 느낀다.

처음 자전거 캠핑을 시작할 때는 아무도 없는 밤길을 혼자 달리는 것이 무섭기도 하고, 캠핑 도구를 실은 짐이 무거워 힘들기도 했다. 헤드라이트 불빛을 향해 날아드는 벌레도 문제였다. 중간에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익숙해지고 나니 이제는 이 모든 것이 즐겁다. 혼자 어둠 속을 헤치며 묘한 만족감을 느낀다. 날아오는 벌레들을 요리조리 피하는 순발력도 생겼다.

짐 싸는 나만의 노하우를 찾은 것도 큰 성과였다. 처음엔 욕심을 부려 많은 짐을 실었지만 자전거 속도를 낼 수 없었고 힘만 들었다. 경험이 늘면서 필요한 짐만 최소한으로 싸는 비법을 터득했다. 이 경험으로부터 사업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프트캠프가 무차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지 않고 핵심 역량인 문서보안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