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고종황제도 냉면 마니아였다
고종의 냉면 사랑은 유별났다. 미식가인 그는 짜고 매운 음식을 싫어했다. 담백한 냉면이 제격이었다. 그는 “냉면만큼은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어야 더 맛있다”고 상궁들에게 이야기했고, 왕궁의 공식 행사가 있을 때는 냉면을 올라라고 명했다.

《냉면열전》은 한국인이 즐겨 먹는 냉면을 문화·역사 등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본 책이다. 지난해 8월 방영된 MBC 다큐스페셜 ‘냉면’이 바탕이 됐다. 냉면이 우리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조선 중기인 17세기 초. 예부터 국수를 즐겨 먹던 우리 선조들은 조선 팔도 어디서든 쑥쑥 자라는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냉면은 남북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다. 1970년대 초 성사된 남북적십자회담에서 남북 대표들은 정치적이지 않으면서도 남북이 공유할 수 있는 냉면을 주제로 서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당시 북에서 회담이 열릴 때는 평양냉면이, 남에서 열릴 때는 물냉면과 비빔냉면이 함께 제공됐다.

냉면 마니아들은 식당의 주방 가장 가까이 앉는다. 면발이 붇기 전에 먹기 위해서다. 저자는 “메밀면은 이로 끊는 게 아니라 목젖으로 끊어야 하는 음식이라 입안 가득 넣고 먹어야 섬세한 메밀 향을 느끼 수 있다”고 말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