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니 심신이 지쳐간다. 한낮의 수은주는 폭풍 식욕을 자랑하던 장사일지라도 능히 이겨낼 재간 없이 입맛을 잃게 한다. 오직 살얼음 동동 떠다니는 육수에 구수한 면발이 담긴 냉면 생각이 간절해질 뿐이다.

대표적인 여름음식인 냉면에는 늘 삶은 계란이 빠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면발을 실컷 만끽하고 맨 나중에 계란을 먹거나 칼로리 등을 이유로 아예 먹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냉면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계란이 단순한 데코레이션 용도만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메밀 함량이 높은 평양냉면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흔히 물냉면이라 부르는 평양냉면은 한반도 북쪽 지방의 전통적인 겨울철 음식이다. 메밀이 많이 나는 평안도 사람들이 집집마다 국수 틀을 갖춰 놓고 겨울철이면 집에 흔히 있는 동치미국물에 메밀국수를 말아 먹은 것이 평양냉면의 기원이다.

냉면 면발의 주요 성분인 메밀은 성질이 거칠어서 빈 속에 먹으면 위를 상하게 한다. 이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바로 고명과 함께 얹어진 삶은 계란. 메밀이 빈 속에 들어가 위벽을 불편하게 하는 것을 막고 소화가 잘 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면발을 먹기 전에 계란을 먼저 먹는 것이 제대로 된 순서가 된다.

또한 계란은 냉면만으로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해 준다. 보통 계란 흰자에는 약3.5g 정도의 단백질(아미노산가 100)이 포함돼 있으며, 지방은 거의 없어 단백질이 부족하거나 나이가 든 어르신들에게 적합한 여름 보양식이다. 뿐만 아니라 레시틴과 콜린 성분이 함유되어 있고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집중력 향상이나 두뇌발달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성장기 어린이나 두뇌를 많이 쓰는 수험생에게도 최적의 건강식품 역할을 한다.

냉면에 삶은 계란 ‘반쪽’만 곁들인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계란 한 알이 모두 들어가 면을 먹기 전에 ‘반쪽’, 면을 다 먹은 후 ‘반쪽’을 먹으면 위벽을 보호함과 동시에 포만감 증가와 영양적인 측면도 고려한 냉면을 즐길 수 있다.

푹푹 찌는 더위를 이겨낼 냉면과 계란의 시너지를 알았다면 오늘 점심 메뉴는 망설임 없이 냉면이다. ”선란중면후란”(계란 먼저 먹은 뒤 냉면을 먹고 계란으로 마무리 한다)의 원칙이 지켜져야 함은 물론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