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어제 은퇴를 했다, 오늘부터 뭘 하지…
“더 힘든 건 내 꼴이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고 심리적으로 위축된다는 점이죠. 도대체 갈 데가 없어요. 집 근처 복지관에 나가서 칠십 넘은 어르신들과 바둑 장기를 두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이 너무 낯설어요.”

은퇴한 A씨는 수많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알 수 없는 데서 오는 ‘비참함’으로 당혹스러웠다. 은퇴 후에 가장 먼저 부딪히는 현실적인 문제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행복하게 보낼 것인가?’이다. 마땅한 프로그램이 없다면 하루는 잔인하도록 길다. 그래서 벌이로서의 일도 중요하지만 놀이로서의 일도 중요하다.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는 사회복지 전문가인 저자가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 300여명을 심층 인터뷰한 자료를 바탕으로 은퇴자들이 행복한 노후를 위해 준비해야 할 사항을 정리한 책이다. 은퇴자들의 후회 목록에는 돈만 있는 게 아니다. ‘악기 하나쯤 연주할 수 있었다면, 동료와 후배들에게 좀 더 친절했더라면, 치열했던 그때부터 글을 썼더라면, 아내와 함께 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더라면, 감정을 전하는 법을 미리 배웠더라면, 평생 친구 세 명쯤 만들어 뒀더라면…’ 하는 것들이 있다.

저자는 행복한 노후를 즐기려면 지금부터 인생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이렇게 권한다. △자신만의 취미를 3개 이상 만들라 △아내와는 무조건 친해지라 △후배와 동료들에게 희망을 준 사람으로 기억되라 △자식에게 모든 것을 걸지 마라 △혼자 사는 기술을 지금부터 배우라.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