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절대 지지 않겠다 …복싱 같은 '투혼의 경영' 필요"
“기업 경영처럼 복싱, 레슬링, 스모 등 격투기 같은 투쟁심이 필요한 것은 없다.”

2010년 2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사진)은 일본 정부의 요청을 받아 도산한 일본항공의 회장이 됐다.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그였지만 20조원이 넘는 부채에다 관료제와 방만 경영에 찌든 일본항공을 되살릴 수 있을 거라곤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는 먼저 회사를 반드시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전 임직원에게 공언했다. 기장부터 승무원, 정비사, 사무직 직원들까지 회사를 살리는 데 필사적으로 매달리도록 했다. 기업 전체를 불타는 투혼을 가진 집단으로 만든 것이다.

이후 일본항공은 전 임직원의 뼈를 깎는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으로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이듬해 도쿄 증시에 재상장하며 2년8개월 만에 회생에 성공했다. 항공기, 정비공장, 기자재 등 일본항공의 외형적인 것은 파산 전과 다름없었다. 오로지 임직원의 정신이 바뀐 것만으로 뛰어난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책마을] "절대 지지 않겠다 …복싱 같은 '투혼의 경영' 필요"
2013년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나모리 회장은 일본항공에서의 경험을 불타는 투혼을 통해 전한다. 그는 불황으로 절망감에 빠져 있는 경영자와 모든 임직원에게 필요한 정신적 조건을 얘기한다. 그가 창업한 교세라는 54년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으며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뒤늦게 도전한 KDDI는 일본 2위 통신 사업자가 됐다. 그는 상식의 범위에서 멈추는 방식으로 일했다면 결코 이처럼 성공할 수 없었다며 모든 이에게 불타는 투혼으로 경영에 임할 것을 주문한다.

그는 “실적 저하의 원인을 경제 상황이나 시장 동향 등 외부 환경으로 돌리는 경영자가 많다”며 “지금 시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어떤 장애도 극복하려는 불요불굴의 의지”라고 강조한다. 리더가 아무리 심각한 상황이라도 ‘절대 지지 않겠다’는 격한 투쟁심을 보여주면 조직원의 사기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생산 현장의 직원들에게는 “손이 베일 듯한 물건을 만들라”고 항상 요구한다. 아주 훌륭하고 완벽해 손이 닿기만 해도 베일 정도로 나무랄 데 없는 완전무결을 추구하라는 것. 교세라의 소재와 부품이 세계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것은 타협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자세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게 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하려면 불타는 투혼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도에서 벗어나 한계를 초월하면 조직뿐만 아니라 사회까지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고 그는 경고한다. 잘못된 동기로 일어난 투혼은 탐욕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만들어낸 미국식 자본주의의 폐해를 예로 들며 돈이 돈을 낳는 금융산업의 혁신을 제한 없는 탐욕의 결과라고 꼬집는다.

또한 자본의 논리로 인사권을 휘두르거나 금전적 인센티브를 무기로 직원들을 지배하는 경영은 곧 한계에 부딪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힘이 아니라 덕에 근거한 투혼을 발휘할 때 사업을 성공의 길로 이끌 수 있다는 얘기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