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 "손발 닳도록 가정에 헌신…베이비부머 가장을 위한 헌사"
소설가 성석제 씨(54·사진)가 2년 만에 신작 장편《투명인간》(창비)을 냈다. 성씨가 말하는 투명인간은 학교나 직장 등 조직에서 눈에 잘 띄지 않거나, 있어도 외면당하는 사람이다. 그는 왜 투명인간을 주목했을까.

“가정이 해체되는 상황에서 많은 가장들이 없는 사람 취급을 받고 사회적으로도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됩니다. 가족을 위해 모든 걸 바친 자에겐 남은 게 없겠죠. 그러다 투신까지 하게 되는 사람들의 속내가 궁금했어요.”

작품의 주인공은 두메산골 가난한 집에서 6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김만수다. 시골에서나 서울에서나 가난의 굴레를 벗지 못하는 그는 전문학교를 다니면서 돈을 벌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의경으로 입대해 교통경찰을 보조하며 뇌물도 성실히 챙겨 집에 보탠다. 혼신을 다해 일하던 공장이 경영난에 빠지고 얼떨결에 마지막까지 남아 공장을 지키던 만수는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 책임을 떠안게 된다. 아내는 신장병을 앓고, 친자식처럼 키운 조카는 자폐증에 왕따까지 당한다.

성석제 "손발 닳도록 가정에 헌신…베이비부머 가장을 위한 헌사"
미련하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가족을 위해 끝까지 열심히 산 만수. 하지만 그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고 결국 투명인간이 되고 만다. 작가는 이 투명인간의 삶을 그와 관계했던 사람들의 증언으로 재구성했다. 그는 “한 사람의 생애는 시간적으로 길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 구성하는 기술적 방법이 필요했다”며 “우리가 다른 사람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말이 가진 자연스러움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투명인간은 세상과 어울릴 수 없어 비극적이다. ‘손발이 닳도록’ 직장과 가족에 헌신한 만수는 결국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작가는 “그냥 착한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 존재에 대해서는 특별히 소설을 바칠 만하다”고 말했다.

사실 이 소설은 특별한 인생을 산 어떤 한 사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고 있는 평범한 베이비붐 세대 가장을 위한 헌사(獻詞) 혹은 조사(弔詞)다. 투명인간 만수는 결국 드러나지 않았던 삶을 마친다. 최근 동료 병사들에게 총구를 겨눈 임모 병장도 자신이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다고 했다. 우리 모두 얼마든지 김만수나 임 병장이 될 수 있기에 슬픈 소설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