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욕 먹어도 웃는 놈이 진짜 승자
영국 최초의 여성 하원의원인 낸시 애스터는 한 파티에서 윈스턴 처칠 총리에게 말했다. “윈스턴, 내가 당신과 결혼했다면 아마 당신 커피에 독을 탔을 거예요.” 처칠이 대답했다. “낸시, 당신이 내 부인이었다면 난 그 커피를 마셨을 거요.”

처칠은 모욕에 대한 재치 있는 답변으로 많은 일화를 남겼다.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 등과 함께 ‘응수의 대가’로 꼽힌다. 모욕을 그 자리에서 통쾌하게 되갚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보복이 모욕에 대처하는 최선책일까.

윌리엄 어빈 미국 라이트주립대 철학과 교수는 《알게 모르게, 모욕감》에서 고대 스토아학파의 지혜와 인간의 행동에 대한 현대 과학의 연구 결과를 조합해 ‘모욕’이란 인간의 행위를 세세히 탐구한다.

저자가 지지하는 최선의 대응법은 스토아철학의 ‘모욕 평화주의’다. 외적 반응은 묵살이다. 뭔가 말해야겠다면 상대가 아니라 자신에게 모욕을 퍼붓는 ‘자기 비하 유머 감각’을 발휘해야 한다. 내적으로도 흔들리지 않도록 자신을 수양해야 한다. 그러려면 사회적 지위나 부, 명예 등을 삶의 주된 가치로 삼는 ‘사회 서열 놀이’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덕과 평정(아파테이아) 등 제대로 된 가치를 선택해야 모욕의 고통을 없앨 수 있고, 나아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