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욕 먹어도 웃는 놈이 진짜 승자
윌리엄 어빈 지음 / 홍선영 옮김 / 마디 / 360쪽 / 1만4500원
처칠은 모욕에 대한 재치 있는 답변으로 많은 일화를 남겼다.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 등과 함께 ‘응수의 대가’로 꼽힌다. 모욕을 그 자리에서 통쾌하게 되갚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보복이 모욕에 대처하는 최선책일까.
윌리엄 어빈 미국 라이트주립대 철학과 교수는 《알게 모르게, 모욕감》에서 고대 스토아학파의 지혜와 인간의 행동에 대한 현대 과학의 연구 결과를 조합해 ‘모욕’이란 인간의 행위를 세세히 탐구한다.
저자가 지지하는 최선의 대응법은 스토아철학의 ‘모욕 평화주의’다. 외적 반응은 묵살이다. 뭔가 말해야겠다면 상대가 아니라 자신에게 모욕을 퍼붓는 ‘자기 비하 유머 감각’을 발휘해야 한다. 내적으로도 흔들리지 않도록 자신을 수양해야 한다. 그러려면 사회적 지위나 부, 명예 등을 삶의 주된 가치로 삼는 ‘사회 서열 놀이’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덕과 평정(아파테이아) 등 제대로 된 가치를 선택해야 모욕의 고통을 없앨 수 있고, 나아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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