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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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사건이 터지면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현상에 치중한 땜질 처방이 난무하고 일이 더 복잡하게 꼬여간다. 그러다 중요한 무언가를 놓쳤음을 깨닫고는 ‘아차’한다. 사건의 핵심이자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본질을 놓친 경우다. 실제로 본질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지극히 상식적이고 단순한 답이 나오는 일이 많다.

1995년, 리더십의 세계적 권위자인 피터 센게 교수의 요청을 받고 매사추세츠공대(MIT)에 합류한 오토 샤머 교수는 연구 과정에서 150명의 최고 리더들을 인터뷰하던 중 그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최고 리더들은 한결같이 ‘내면 공간’의 작용을 경험했다는 것인데, 내면의 무언가가 변화하면서 몰입을 경험하게 되고, 시야가 열리면서 관계된 모든 이들과 더불어 성공적이고 대대적인 변화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책마을] 현상에 끌려다니는 당신…내면 공간으로 U턴하라
이를 계기로 샤머 교수는 10년에 걸쳐 그 ‘내면 공간’을 파헤쳐 ‘U 이론’을 완성한 뒤 8년간 세계 곳곳에서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해 이론의 효과를 검증했다. 《본질에서 답을 찾아라》는 U 이론과 현장 적용 사례를 자세히 담아낸 책이다.

저자는 내면으로부터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수단으로 ‘U 프로세스’를 제시한다. 먼저 ‘생각을 열어’ 객관적·사실적 정보를 입수하고 ‘가슴을 열어’ 타인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 뒤, 마지막으로 ‘의지를 열어’ 새로운 미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프레젠싱(present+sensing·발현감) 단계에 이르면 본질 차원의 고민이 시작되고 이를 거쳐 실질적 변화 단계에 돌입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결국 이 책의 중심 내용은 내면의 세계라는 오묘한 본질을 통하여 복잡다단한 현실 세계의 단순한 원형 모델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미래의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바로 원효대사가 얘기한 묘합(妙合)의 경지와 일맥상통한다.

저자는 “우리 눈에 보이는 이런저런 사건과 위기들 밑에는 그것을 야기한 각종 구조물과 정신 모델 및 근원이 감추어져 있다. 각종 사건과 위기 아래 감추어진 그 근원들을 무시한다면 그것들에 발목이 잡혀 계속 구태의연한 행동 패턴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아울러 “이런 변화를 제대로 파악한다면 지금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음은 물론 미래의 가능성도 발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성공적인 사업가들은 문제의 본질을 추구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검증을 하고 생각의 프레임을 만든다. 이 사고 판단의 프레임을 바탕으로 남들보다 앞서가는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것이 바로 사업 성공의 비결이다.

본질을 추구하는 사업가들은 가치에 집중한다. 현상을 따라가는 실패한 사업가들은 정답 혹은 정보에 목말라한다. 그러나 정보는 빠른 추종자 전략 시대까지는 의미가 있었으나 선점이 중요한 미래 사회에서는 본질적 가치에 비해서 중요도가 떨어진다. 이제 너무나 많은 정보들의 홍수 속에서 본질적 가치를 파악하는 것이 차별화의 핵심이다.

본질적 가치는 단순하나 오묘하다. 그 오묘함에 이끌려 심연의 바다로 끝없는 도전의 여행을 하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다. 본질은 항상 ‘왜(Why)’라는 화두를 놓지 않는 탐구 노력에 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본질을 추구하는 경영자에게 추천하고자 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 책 역시 문제의 정답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본질을 찾는 것은 그다지 간단하지 않다. 도(道)를 도라 말하면 도가 아니라 했다. 저자는 결국 문제의 본질을 선순환에서 찾아내고자 노력은 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일련의 사회적 가치 제고 활동에도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본질적인 답인 태극(太極)의 이해가 모자라 보이는 점은 한국인으로서 아쉬워 보이는 대목이다. 미래 사회에서 현재의 주주 자본주의는 한계를 노출했다. 새로운 지속가능한 사회제도가 필요하다.

이에 대하여 아나톨 칼레츠키, 라젠드라 시소디어, 마이클 포터 등 많은 석학들이 대안을 던지고 있다. 저자들은 경영 차원을 넘어 사회 개혁 차원의 본질적인 문제에도 도전했으나, 이에 대한 결론은 현상적인 사례들에 머문 채 미완의 도전이 되고 만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 프로세스라는 생각의 도구를 제시하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치 있는 질문을 던진 점은 이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하는 충분한 이유일 것이다.

이민화 < KAIST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