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죽지 않을 만큼 살 수 있는 상태 찾아서
심장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추위, 온몸이 녹아내리는 화염, 몇 초 만에 공황 상태에 빠뜨리는 깊은 물속과 높은 고도….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인체는 어디까지 견뎌내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생존의 한계》는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는 생물학적 한계의 끝을 추적하고, 생존의 경계선을 밀어올린 지난 100년간의 위대한 도전들을 소개하는 교양과학서다. 런던대 생리학 교수이자 고도·우주·극한환경 의학센터 부책임자인 저자는 BBC TV 의학 다큐멘터리 진행자로 유명하다. 그가 극한 조건을 직접 체험하는 ‘세상 끝으로의 여행’은 지난해 KBS 1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다.

저자는 극한 상황의 생존에 관한 자신의 체험과 연구 사례를 마치 다큐멘터리를 진행하듯이 생생하고 긴박감 넘치게 풀어놓는다. 두 시간 넘게 심장이 얼어 멈췄던 여자를 되살린 이야기와 타고 있던 헬리콥터가 추락해 깊은 물속에 빠진 저자의 위기 상황, 런던 한복판의 폭탄 테러 현장에서 생명을 살리려는 의료진의 분투, 사상 초유의 얼굴 전체 이식 수술 등 극적인 사례를 최신 인체과학 상식과 의학사 등을 곁들여 소개한다.

생존의 한계를 끌어올리는 과학과 의학의 최전선인 항공우주 의학을 소개하는 장에선 한국 최초의 우주 비행사 이소연이 등장한다. 이소연의 선발과 훈련 과정, 임무를 마치고 귀환할 때 겪었던 아찔한 위기 상황 등이 드라마처럼 재구성된다.

저자는 “지난 100년간 그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인간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고, 활동 범위가 넓어진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은 모험과 탐험의 결과”라며 “무모해 보이는 탐험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그렇게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