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모든 인간은 잠재된 이타적 동물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고 보살피는 ‘이타주의’는 종종 자기 만족과 자아 실현을 위한 이기심의 또 다른 모습으로 인식된다. 독일 작가 슈테판 클라인은 저서 《이타주의자가 지배한다》에서 다양한 과학적 연구를 토대로 이타주의를 “궁극적으로는 이기주의의 숨겨진 심층적 전술”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자생철학을 대표하는 박이문 포스텍 명예교수는 이런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왜 인간은 남을 도우며 살아가야 하는가》에서 이타주의를 “우리들의 주관적 경험의 성찰로 볼 때 부정할 수 없는 인간적 본성 가운데 핵심적이며 보편적인 심성의 하나”라고 전제한다. “인간은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잠재적인 이타적 동물”이라는 설명이다.

이타주의를 윤리·도덕적 문제로서 성찰하는 저자는 ‘왜 인간은 남을 도와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끊임없이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삶은 끊임없는 행동의 결정이며, 그런 결정은 이론적 문제가 아니라 실존적 결단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의미는 이미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결단에 의해 새롭게 창조되는 것이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오로지 ‘나’에게 있다. ‘왜 남을 도와야 하는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문제로 확대된다.

저자는 자신의 철학과 언어로 이타주의를 다음과 같이 새롭게 정의한다. “이타주의는 하나의 개체로서 인간이 자신의 좁은 세계를 사회와 자연과 우주로 확장해 단 하나인 우주와 화해하고, 개체로서의 삶의 허망함과 우주적 허무주의를 극복해 개체로서의 의미와 우주 전체로서의 의미, 즉 가치를 발견하고 경험하려는 궁극적 영역이며 방법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