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의 세입자는 집 임대 계약을 부동산 수수료 없이 한다. 수수료는 오로지 임대자의 몫이다. 세입자는 9년간 그 집에서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임대료가 오를까, 보증금을 떼일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복지제도를 이룬 유럽 국가들은 어떻게 이런 꿈을 달성했을까.

[책마을] 세입자가 甲인 나라도 있다는데…
《다시 태어나면 살고 싶은 나라》는 영국, 핀란드, 스웨덴,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11개 국가에서 공부하고 있는 15명의 저자들이 쓴 복지국가 르포다. 저자들은 인간의 삶을 보장하는 기본적인 조건인 주거, 교육, 의료, 일자리, 노후 등 다섯 가지를 복지제도의 핵심으로 꼽는다. 이를 기준으로 저자들이 현지에서 경험했던 유럽 복지제도가 어떻게 그곳 시민들의 삶을 느긋하고 여유롭게 만들어 줬는지 조명한다.

네덜란드에선 저녁 6시만 되면 상점이 줄줄이 문을 닫는다. 아무리 작은 가게의 자영업자라도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린다. 유통업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법 덕분이다. 저자는 ‘우리 다 같이 쉬자’고 약속하고 경쟁의 마지노선을 정하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었다고 전한다.

노르웨이에서는 부모의 경제력 차이가 자녀의 학력을 좌우하지 않는다. 노르웨이의 국립대학교엔 등록금이 없다. 학생들은 매달 170만원씩 생활비를 지원받는다. 졸업 후 40%는 갚지 않아도 되는 장학금이고 60%는 낮은 이율로 갚는다.

노르웨이가 북해 유전 개발로 부유해지기 이전부터 만들어진 이 교육 시스템은 누구나 동일 출발선상에서 출발한다는 ‘기회의 평등’을 실천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이밖에 정치인이 세금으로 비즈니스석을 타면 나라가 들썩이는 덴마크, 법 규제 없이도 선한 정치의 선례를 만든 영국 등 다양한 유럽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