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人터뷰] '식스맨'이 웃어야 팀이 산다
농구에서 식스맨은 영화로 치면 ‘주연급 조연’이다. 주전 선수는 아니지만 게임의 흐름을 살리고 때로는 주전보다 더 빼어난 활약을 하기도 한다. 농구 감독들이 상대팀의 상승세를 차단하기 위해 경기를 중단하고 투입하는 것이 식스맨이다. 보통 게임당 짧게는 5분, 길게는 10~15분가량 투입된다.

식스맨은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다. 수비가 열세에 몰릴 때, 혹은 득점력이 좋은 공격수가 필요할 때 단기간 투입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체로 위성우 감독처럼 수비전문 선수들이 식스맨에 많이 포진해 있다. 양원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사무국장은 “상대팀의 경기흐름을 가로막기 위해서는 공격수들을 제어할 철벽 수비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눈치도 빨라야 한다. 경기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투입되다 보니 감독이 세운 전략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따라서 경기 내내 감독의 생각과 자신이 소속된 팀 선수들의 컨디션을 계속해서 살펴야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후보선수’인지라 주목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인내력도 필수적이다. 오로지 선수 자신이 아닌 팀을 위해 뛰어야 하는 존재여서다.

물론 주전 선수 중 한 명이 팀을 옮겼을 때 주전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무명의 식스맨으로 10년을 보낸 우리은행 포워드 임영희는 위 감독을 만난 이후 뒤늦게 주전이 됐고, 30대 중반의 나이에 여자 농구계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2012~2013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MVP에 이어 2013~2014시즌에도 챔피언결정전 MVP에 올랐다.

선수 시절 화려하진 못했어도 위 감독처럼 지도자로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최희암 전 연세대 및 전 인천 전자랜드 블랙슬래머 감독이 대표적이다. 수가 많아 ‘만수’로 불리는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은 경기 분위기 장악을 위해 식스맨들을 가장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