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13대 미래성장동력 중 하나로 선정한 지능형 반도체인 스핀 트랜지스터를 장준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스핀융합센터장(가운데)이 들어 보이고 있다.  한경DB
미래창조과학부가 13대 미래성장동력 중 하나로 선정한 지능형 반도체인 스핀 트랜지스터를 장준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스핀융합센터장(가운데)이 들어 보이고 있다. 한경DB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스핀융합센터(센터장 장준연)는 2009년 스핀 트랜지스터를 개발해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전자의 이동이 많고 적음을 파악해 0, 1의 데이터를 구분하는 기존 반도체와 달리 전자를 회전시키는 원리(스핀트로닉스)를 이용해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기술이다. 전원이 꺼져도 전자 고유의 자성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상용화에 성공하면 부팅이 필요없는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후보 기술 사례다. 정부는 이 같은 지능형 반도체, 융·복합 소재, 지능형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을 13대 미래성장동력 중 4대 기반산업으로 선정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성장을 이끌 기초 인프라로 판단하고 관련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지능형 반도체·융복합 소재

미래부 "IoT 프로젝트 시동…100조 시장 공략"
지난해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반도체 세계 2위 국가로 올라섰다. 16.2%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해 일본(13.7%)을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1980년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반도체 개발에 나선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전체 반도체 매출의 3분의 2 이상을 메모리에 의존하는 것은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 꼽힌다.

KIST 연구팀이 개발 중인 스핀 트랜지스터는 이런 측면에서 한국 반도체 기술을 한 단계 도약시킬 후보다. 장준연 KIST 스핀융합센터장은 “많은 전류를 흘렸다가 순간 차단하는 기존 반도체와 달리 스핀 트랜지스터는 각 소자의 회전 방향만 제어해도 돼 전력 소모와 발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번 충전해 2~3일씩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영하 150도 이하 연구실 환경에서 구동하는 소자를 실온에서도 작동하게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하지만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한국을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시키는 기반 기술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초경량화, 고성능화, 다기능성을 극대화한 융·복합 소재 분야도 4대 기반산업의 하나다. 관련 시장 규모는 2013년 517억달러에서 2020년 1394억달러로 2.7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세계 4대 소재부품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글로벌 히든 챔피언 육성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사물인터넷·빅데이터

국내 중소기업 모뉴엘은 아기 모니터링 제품인 ‘배블(Babble)’로 올초 미국에서 열린 ‘2014 CES’ 최고상을 받았다. 아기 침대 옆에 오뚝이 모양의 커뮤니케이터를 설치하면 내부 센서가 아기 울음소리 유형을 분석해 다른 장소에 있는 부모에게 알려준다. 울음소리 유형은 3단계로 구분할 수 있고 부모는 이 알림을 스마트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손목시계형 밴드를 통해 받을 수 있다.

생활 속 곳곳에 적용되기 시작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의 모습이다. 정부는 IT 강국의 기반을 이어가기 위해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를 4대 기반산업으로 선정했다. 두 분야는 2020년 시장 규모가 각각 100조원, 70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항식 미래부 창조경제 조정관은 “13대 미래성장동력 선정 때부터 민간단체들이 참여했고 창조경제 민간합동추진단이 후속 실행계획을 마련하는 등 민관이 함께 추진하는 게 과거와의 차이”라며 “스마트카, 웨어러블기기, 빅데이터 등의 분야에서 2~3년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올해 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