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이 日농업 경쟁력 약화시켰다"
일본이 미국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가장 큰 걸림돌이던 농업 부문에서 일본의 젊은 농부들을 중심으로 보조금 등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관세 철폐와 경제 통합을 목표로 하는 자유무역협정으로 일본은 작년 3월 TPP교섭 참가를 선언, 협상 참여 12개국에 편입됐다. 미국 측은 이 협상을 지난해 마무리짓고 싶어 했지만 일본의 농업부문 보호무역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결렬된 바 있다. 일본의 농가수익 대비 보조금 비율은 52%로 노르웨이, 스위스, 한국에 이어 세계 4위다.

일본에서 농촌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은 일본 농촌이 고령화하는 데다 오래된 보조금 제도로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혼슈지역의 고바야시 하지메 일본농업협동조합(JA) 대표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농협의 지원정책이 기업형 농부들을 몰아내고 있다”며 “일본 쌀이 중국, 미국 등 세계 주요 쌀 생산국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A는 해당 지역에서 경작된 쌀을 수매하고 생산량을 조절하며 정부보조금을 지급하는 단체다.

일본 일부 농촌에서는 TPP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적정 가격을 설정하는 대체 기구를 설립했다. 오가타에 사는 와쿠이 도루 농부 겸 쌀유통업자(65)는 기업형 농부들이 농협의 가격정책을 우회해 자유롭게 가격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협회를 만들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쌀값 유지를 위해 실시해온 생산량 조절 정책을 약 50년 만에 폐지하기로 했다. TPP 체결에 대비해 농업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지로 발표한 ‘농림수산업 지역활력창조 계획’의 일환이다. 보조금 지급이 폐지되면 정부가 매년 주식용 쌀의 생산 목표를 정해 생산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에서 농가가 시장 동향과 수요를 판단해 스스로 생산량을 결정하는 체제로 전환한다. 미국은 TPP교섭에서 수입품 관세 전면 철폐를 일본에 요구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