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눌한 말투와 초라한 외모인 30대 중반의 한 사내가 오디션 프로그램 무대에 올랐다. 푸치니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반주가 흘러나오고 그가 노래를 시작했다. 처음 몇 소절을 부르자 관객들은 술렁였다. 심사위원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유명한 후반부 소절인 ‘딜레구아 오 노테(사라져라 밤이여)’를 되풀이해 부르자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로 스타 탄생을 반겼다.

[책마을] 세상을 울린 폴 포츠 희망의 노래
《원 챈스》는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 첫 번째 시리즈에서 우승해 세계적인 스타가 된 폴 포츠가 쓴 자신의 삶 이야기다. 휴대폰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그는 오디션에서 연승 행진을 벌였고, 그의 유튜브 영상은 조회 수 1억건을 넘었다. 그의 앨범은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며 수백만장이 팔렸다.

그는 내성적인 성격과 볼품없는 외모로 어릴 때부터 따돌림과 괴롭힘에 시달리며 자랐다. 해양소년단으로 활동하던 10대에는 성적인 학대를 당했다. 늘 외로웠고 자신감이 없었다. 길고 어두웠던 학창 시절, 그의 유일한 기쁨은 교회 성가대와 학교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교통사고로 대학을 1년 늦게 들어간 그는 졸업 후 영국에 불어닥친 불경기로 인해 취직할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어머니가 근무하던 대형할인점 테스코에서 10년간 일하게 된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을 누를 수 없던 그는 이탈리아의 오페라스쿨 단기과정에 입학했다.

뒤늦게 창법의 기본을 배우고 익히며 오페라를 향한 꿈을 키우던 그에게 또 불행이 찾아왔다. 아마추어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던 그의 신장에서 악성 종양이 발견된 것. 오랜 병원 생활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자 그는 오페라 가수의 꿈을 잠시 접어두고 휴대폰 매장에서 일하게 된다. 특유의 성실성으로 매출을 높여 승진을 거듭하던 그는 브리튼즈 갓 탤런트 지원자 모집 공고를 보게 된다. 그는 작성한 지원서를 보낼까 말까 고민하다 동전 던지기로 참가 여부를 결정했고, 마침내 오디션 무대에 섰다.

단 한 번의 기회를 기적으로 만든 폴 포츠의 삶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극적인 그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라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역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였다고 책은 전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