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의 99칸 기와집 운조루.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헛간에 놓인 뒤주다. 쌀 세 가마가 들어가는 뒤주 아래에는 가로 5㎝, 세로 10㎝의 구멍이 있는데 ‘他人能解(타인능해)’라고 씌어 있다. 누구나 열고 쌀을 가져가도 좋다는 뜻이다.

운조루엔 지붕 위로 솟은 굴뚝이 없다. 부잣집에서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면 끼니를 거른 이웃들이 가슴 아파할까 봐 마음을 쓴 것이다. 동학혁명과 여순사건, 6·25전쟁을 겪으면서도 운조루가 멀쩡했던 건 이런 정과 나눔 정신 덕분이다.

[책마을] 99칸 기와집, 왜 굴뚝이 안보일까
《한국 문화유전자 지도》는 한국인의 공통적인 문화 유전자를 간직한 전국의 명소 50곳을 옛날이야기 들려주듯 소개하는 여행 에세이다. 한국 문화 유전자는 한국국학진흥원이 2012년 설문조사와 학자, 파워블로거 등의 연구 등을 통해 선정한 것으로, 곰삭음·정·자연스러움·공동체·어울림·해학·흥·예의·역동성·끈기 등이 문화 유전자 키워드로 뽑혔다.

이런 키워드를 따라 전·현직 기자 5명과 최재목 영남대 교수, 황병기 한국국학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화성 공생염전, 정선 아우라지, 서산 해미읍성, 포항 죽장연 된장, 영주 무섬마을, 담양 소쇄원, 제주 올레 등을 여행하며 한국인이 어떻게 문화를 창조하고 보존해 왔는지 들려준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