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증평 출신의 시골 소녀는 스물아홉에 잘나가던 피아노 원장을 때려치우고 강사의 길로 들어선다. 20년간 수없이 헤매고 부딪치며 조금씩 성장한 그녀는 여성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스타 강사의 자리에 오른다. 자신의 이름을 건 TV쇼를 진행하며 최고의 시기를 달리던 순간,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이며 바닥으로 추락하고 만다.

[책마을] 독설 내뱉던 그녀, 독한 슬럼프 겪고 나니
《살아 있는 뜨거움》은 김미경 아트스피치 원장이 작년 논문 사건 이후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혼자 된 시간 속에서 자신을 돌아본 삶에 관한 이야기다. 이전에는 사람들에게 독설을 내뱉으며 ‘이렇게 살아라’는 메시지를 던졌던 그였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살 것’이라는 다짐을 담고 있다.

저자는 거칠 것 없이 전력질주하며 살아왔지만, 한순간에 모든 것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스피치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강의도 줄줄이 취소됐다. 직원 절반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공든 탑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끼게 됐다.

하지만 자신이 집착하던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결심하자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다시 배우게 됐다. 그동안 성공, 명예, 사랑 등 두 손 가득 움켜쥐고 하나라도 놓치면 빈털터리가 될까 봐 죽기 살기로 들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마주했다.

모든 게 다 없어져도 가장 원초적인 자산인 ‘시간’과 ‘살아있는 나’는 남는다는 삶의 기본적 원리를 깨달았다.

저자는 아이들을 위해 요리하고 가족들과 얘기도 나누며, 그토록 하고 싶었던 영어 공부도 시작했다. 증평의 부모님도 돌아보게 됐고, 고맙고 미안했던 사람들과 차를 마실 기회도 생겼다. 일이 줄어들며 비어있던 삶의 공간들이 더 소중한 것들로 다시 채워지는 것을 실감했다.

저자는 “불행과 상처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지나가도록 놔두는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감정들이 하나씩 내 몸에서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 언젠가 인생에서 한 번은 배워야 할 공부였다면 지금 하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배움을 통해 이제는 집착으로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괜찮아. 다 내려놔도 당신은 남아 있으니까.”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