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위기로 인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세계 경제 회복 기조는 올해 더 강화될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올초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계 경제 위기가 사실상 종료됐음을 선언한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최근 ‘테이퍼링’(점진적인 양적 완화 축소)을 두 차례 단행했다. 미국 경제회복에 대한 증거이자 자신감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세계 경제위기는 과연 끝이 난 걸까.

[책마을] 깡통만 차고 있는 우리 경제, 해결책은 균형이다
《한국 경제의 디스토피아 깡통 걷어차기》의 저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이제까지보다 훨씬 더 기나긴 경제위기의 터널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스쳐 지나가는 감기’가 아니라 ‘만성적이고 치명적인 고질병’이라는 것. 세계 경제의 치명적인 위험 요소들이 지난 30여년 동안 복합적으로 누적돼 발생한 만성적 병폐의 결과가 지금의 경제위기라는 진단이다.

저자들은 세계 경제 위기의 주범 중 하나로 ‘깡통 걷어차기’를 지목한다.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추구하기보다 ‘마치 길 위의 깡통을 줍지 않고 앞으로 차내 듯’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는 임시방편적 정책으로 위험 요소들을 방치하고 증폭시켜 왔다는 설명이다. 지나친 금리 인하와 반복적인 양적 완화로 금융산업은 비정상적으로 성장했고 정부는 대중들의 인기에 영합해 혈세를 낭비했다.

이로 인해 자본주의 시스템은 왜곡된 신자유주의로 변질됐고, 극심한 부의 불균형 등 정치·사회적 위기가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금본위제 폐지부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 최근 일본의 아베노믹스, 박근혜 정부의 경기부양책까지 모두 쉽고 달콤한 길을 걷는 ‘깡통 걷어차기’의 사례라는 것이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한쪽으로만 치우쳐 불균형 지점에 놓인 역사의 추를 균형점으로 되돌려놓는 것이다. 국가는 인간이 중심이 되는 인본주의적 자본주의의 본래 모습을 되찾아야 하고, 기업은 이해관계인 모두가 이익을 공유하는 경영으로 되돌아가고, 개인들은 물질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물질적·정신적 가치가 조화를 이룬 행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인간과 이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이런 해결책이 오늘날의 위기를 타개할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단언한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