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호 벽산문화재단 이사장(왼쪽)과 박은희 한국페스티발앙상블 대표가 서울 구로동 벽산문화재단에서 학교로 찾아가는 공연프로그램 ‘넥스트 클래식’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송태호 벽산문화재단 이사장(왼쪽)과 박은희 한국페스티발앙상블 대표가 서울 구로동 벽산문화재단에서 학교로 찾아가는 공연프로그램 ‘넥스트 클래식’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중·고교 음악 교과서엔 음악사를 빛낸 수많은 클래식 작품이 나온다. 하지만 대다수 학생들이 그 곡을 실제로 들어보기는 쉽지 않다. 그저 시대별·사조별 대표 작곡가와 작품명을 외우는 것이 고작이다.
벽산문화재단은 2012년부터 서울과 수도권 중학교를 찾아다니며 학생들에게 교과서에 나오는 음악을 알기 쉽게 들려주는 ‘넥스트 클래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박은희 한국페스티발앙상블 대표가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곡에 대해 설명하고 세종솔로이스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등 뛰어난 연주단체가 음악을 들려준다.

2010년 5월 창립 이후 지금까지 재단을 이끌고 있는 송태호 이사장과 ‘넥스트 클래식’의 기획과 진행을 맡은 박은희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구로동 벽산문화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송 이사장은 김영삼 정부 때 대통령 공보비서관, 국무총리 비서실장, 문화체육부 장관을 지냈다. 피아니스트인 박 대표는 1986년 실내악 연주단인 한국페스티발앙상블을 만들었고 서울 신도림동에 있는 디큐브아트센터 극장장도 맡고 있다.

▷박은희 대표=중학생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일은 힘들기도 하지만 참 보람된 것 같습니다. 매번 ‘넥스트 클래식’ 공연하는 학교를 찾아주시는 이사장님은 어떠신지요.

▷송태호 이사장=문화를 폭넓게 이해하려면 클래식 음악을 알아야 하는데, 클래식은 꾸준히 들어야 귀가 열리는 것 같아요. 따라서 학생들을 위해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드는 것이 예술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학생들의 반응도 좋고 신청하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어 고무적입니다. 박 대표께서는 공연을 기획하면서 어떤 점에 특히 신경을 쓰십니까.

▷박 대표=클래식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게 하려고 애쓰는 편이에요.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풀어가려고 합니다. 실생활에서 친숙한 선율의 원곡을 들려주고 작품에 얽힌 시대적 배경, 에피소드 등을 곁들이고 있어요. 공연이 끝나고 ‘앙코르’ 함성이 터지면 그렇게 뿌듯하더라고요.(웃음) 벽산문화재단은 ‘넥스트 클래식’ 외에도 다양한 메세나 활동을 하고 계시죠. 다른 재단보다 지원 분야가 다양한 것 같습니다.

▷송 이사장=기본적으로 기업의 메세나 활동은 순수 예술분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중적인 예술은 시장에서 자생할 수 있지만 순수예술은 그렇지 못하니까요. 10대 음악 영재나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활동을 하는 젊은 미술인 등을 지원하고 있어요. 연극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희곡을 활성화하기 위해 벽산희곡상도 만들었고 수상작을 실제 연극 무대에 올리도록 지원도 했습니다. 오늘(11일) 재단 이사회가 열렸는데 기간이나 분야에 얽매이지 말고 융통성 있게 지원하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박 대표
=기업의 문화재단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정부에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기업과 정부가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기업 문화재단을 북돋아 준다면 어떨까요. 역할 분담을 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송 이사장=모든 일을 정부가 나서서 직접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정책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고 기업이나 민간 분야에서 할 일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정부와 민간이 협력할 분야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정부가 문화예산을 2%까지 늘린다고 하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쓰려면 문화 활동에 활발한 기업들과 사업 내용 등을 협의하면 어떨까 싶어요. 문화예술인은 물론 이들을 후원하는 기업의 생각도 참조해 정책적으로 이끈다면 더 좋지 않을까요.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