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포나비=KAIST제공
몰포나비=KAIST제공
남미의 열대우림에서 서식하는 ‘몰포 (Morpho) 나비[사진]’의 날개는 색소가 없다. 그런데도 사람 눈에는 ‘파란색’으로 보인다. 이는 이 나비의 날개 겉면에 있는 규칙적인 나노구조로 인해 파란색 파장의 빛만 반사하기 때문.

이처럼 물질의 광구조가 특정한 파장의 빛만 반사 (제어)하고 나머지는 통과하도록 만든 물질을 ‘광결정’으로 일컫는다. 광결정은 이런 특성과 함께 다양한 응용 가능성 때문에 흔히 ‘빛의 반도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한 이론은 1987년 미국 벨연구소 이론 물리학자 엘리 야블로노비치 (Eli Yablonovitch)와 프린스턴대학 사지브 존 (Sajeev John)에 의해 처음 정립됐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후 27년 동안 광결정을 인공적으로 제조 (상용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누구도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반사색이 대부분 고정된 구조에 의해 나타나 색을 바꾸는 게 불가능할 뿐 아니라 제조 공정 또한 까다로운 탓.

KAIST (한국과학기술원)는 1월 15일 김신현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하버드대와 공동으로 삼투압 원리를 이용해 '광결정'을 자유자재로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연구 결과는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1월 7일자 온라인 판에 실렸다.

김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먼저 △액체 상태의 광결정을 잉크처럼 캡슐화했다고 설명했다. 또 △광결정을 덩어리 형태가 아닌 머리카락 굵기 (약 100나노미터) 수준의 미세캡슐형태로 제조해 제작의 공정성을 높였으며 △고무재질의 캡슐막을 적용해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도록 제작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배추 김치 담그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삼투압 현상’을 응용했다고 말했다. 배춧잎은 물 분자만을 통과시키는 반투막으로 이뤄져 있다. 배추가 소금물에 잠기면 높은 삼투압을 갖는 소금물이 배춧잎 내부의 물 분자를 반투막 밖으로 꺼내고 배춧잎은 부피가 줄어드는 원리를 이용한 것.

김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현상을 나노입자를 담은 미세 물방울에 적용했다. 삼투압현상에 따라 물방울의 부피가 줄고 나노입자가 스스로 규칙적인 구조로 배열돼 캡슐막 내부에 액상의 광결정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머리카락 굵기 수준의 작은 통로를 구현한 미세유체소자를 활용해 광결정 미세캡슐을 같은 크기로 제조하는데 성공했다.

김 교수는 이를 통해 나온 “미세 광결정 잉크캡슐은 상용화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는 차세대 반사형 컬러 디스플레이 소자 및 인체 내로 주입 가능한 바이오센서 등을 구성하는 핵심 광학소재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