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프랜차이즈 사업 나서는 조태권 광주요그룹 회장 "도자기 융합 '한식문화기업' 변신"
“지난 6월3일이 창립 50주년이었습니다. 아직은 ‘성공한 기업’이 아니라는 생각에 기념식은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100주년 기념식은 성대하게 치르고 싶습니다.”

지난 27일 서울 한남동에 있는 한식당 ‘비채나’에서 만난 조태권 광주요그룹 회장(65·사진)은 “내년부터 새로운 모험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말하는 새 모험은 ‘한식업’이다. 가업(家業)인 도자기 사업에 음식 사업을 융합해 광주요그룹을 ‘한식 문화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제조업과 문화 결합한 기업


조 회장이 이끌고 있는 광주요그룹은 도자기 브랜드 ‘광주요’, 고급 증류주 ‘화요’, 한식당 ‘비채나’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조 회장은 (주)대우에서 일하면서 아프리카 유럽 등을 누볐고, 이후 무기중개상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광주요를 창업한 부친 조소수 회장이 1988년 별세하자 회사를 물려받았다. 이후 비색청자, 분청사기 등 전통자기를 복원해 광주요를 일궜고 고급 소주 화요도 내놓았다.

광주요그룹은 주력인 도자기 사업이 해외 고가 브랜드 및 저가 중국산에 밀려 2000년대 초반 120억원대였던 매출이 2007년 50억원까지 떨어졌다. 이 회사는 매출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 백화점 등으로 도자기 유통망을 늘리고 신제품을 내놓아 매출을 다시 늘리기 시작했다.

화요를 군부대에 납품하는 사업에도 나섰다. 매년 40%씩 성장하고 있는 화요는 칵테일, 잔술 등으로 이용돼 보드카와 경쟁하고 있다. 화요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전통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 조 회장의 생각이다.

◆‘바보’소리 들으며 한식사업

광주요그룹은 내년부터 대중음식점 가맹(프랜차이즈)사업을 시작한다. 조 회장은 “조기 퇴직한 부부에게만 가맹점을 내줄 것”이라며 “20여평 규모로 작지만 전통적인 분위기와 인테리어 등 누구에게나 부담이 없는 음식점 체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식기는 광주요, 술은 화요를 공급하고 메뉴 10여 가지를 6개월 단위로 교체하는 등 본사에서 품질 관리에 힘써 대중 음식점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프랜차이즈 식당이 자리를 잡으면 중국에도 분점을 낼 생각이다.

조 회장은 지난 20여년 동안 한식 사업에 많은 돈을 썼다. 2003년 고급 한정식당 ‘가온’을 차렸다가 5년 만에 문을 닫았고, 2007년엔 1억6000만원을 털어 세계 와인업계 인사 60여명을 초대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고급 한식을 대접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고급 한식당 비채나를 열었다. 비채나는 ‘비우고, 채우고, 나눈다’는 의미로 미국에서 디자인과 음식을 배운 둘째딸 조희경 대표에게 맡겼다. 그는 ‘음식을 담는 그릇이 음식문화의 품격을 결정하고, 국민이 품격 있게 먹어야 나라의 품격도 올라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조 회장은 “오랜 기간 한식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추구해 왔고, 이제 슬슬 성과가 나오고 있다”며 “(한식사업을 하느라) 재산을 하나둘씩 팔다보니 집사람이 우울증까지 겪게 됐다”고 털어놨다.

조 회장은 이어 “딸 아이가 나에게도 (비채나) 식사값을 받는 사업가”라며 “석 달에 한 번씩 메뉴를 직접 개발해 바꾸는 노력과 투자로 비채나가 ‘한국 고급식당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광주요그룹은 이 기세를 몰아 비채나보다 몇 배 고급인 한정식당을 곧 선보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