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부터 일선 사립학교를 대상으로 학교협동조합 설립을 본격 지원한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조합원이 돼 학교 매점을 운영하는 협동조합을 세운 후 학생 복지 등의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는 협동조합으로 확대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학교협동조합이 활성화되면 학생인권조례에 이어 학교에서 보수와 진보 간 첨예한 갈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수의계약으로 선정”

서울시 '학교협동조합' 설립 논란
서울시는 “협동조합이 학교에서 매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내년 초 정부에 관련법 개정을 공식 건의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공립학교 매점은 최고가 입찰 방식을 적용해 경쟁 입찰로 운영자를 선정한다. 일반 입찰에 부치면 가격 경쟁력이 낮은 협동조합이 선정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에 따라 관련법에 협동조합에 대해선 수의계약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둬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주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학교 매점이 최고가 낙찰제로 운영되면서 고가에 낙찰받은 외부인이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학생을 대상으로 이윤이 많이 남는 고열량·자극성 식품을 판매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조합원인 협동조합이 학교 매점을 운영하면 이런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10월 전국 최초로 성남시와 경기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성남 복정고 협동조합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서울시는 학교협동조합을 매점 운영은 물론 교복 구매 등 학교 복지 전반을 다루는 조직으로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시는 지난 5월부터 서울교육청과 학교협동조합 설립을 협의해 왔으나 시교육청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 관계자는 “(복정고 협동조합 설립을 적극 지원한) 경기교육청과 달리 서울시는 교육감의 성향이 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협동조합 설립 방안은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는 시교육청을 배제하고 사립학교를 대상으로 학교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고 다른 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공립학교와 달리 사립학교는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에 따라 학교가 매점 운영자 선정 등의 자율권을 갖고 있다.

○성공 여부는 의문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협동조합 설립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2월 “앞으로 10년간 협동조합을 8000개까지 확대하고, 협동조합 경제 규모를 지역 내 총생산(GRDP)의 5% 수준까지 올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서울지역 협동조합은 885개다.

서울시는 협동조합을 자생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했지만 학교협동조합 추진은 사실상 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서울시 안팎의 설명이다.

일선 학교에서 협동조합이 설립되면 ‘제2의 학생인권조례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학교협동조합이 교권과 충돌하면서 첨예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학교협동조합 설립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는 것이 교육 관련 단체들의 설명이다. 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교사 학부모와 충분한 상의 없이 서울시 주도로 설립된 학교협동조합은 정치적인 색깔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