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위기에 처했던 문학나눔 사업이 되살아난다. 지난달 8일 서울 문학의집에서 소설가 현기영(왼쪽부터), 문학평론가 염무웅, 시인 천양희, 소설가 윤후명 씨 등 원로 문인들이 문학나눔 사업 존치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폐지 위기에 처했던 문학나눔 사업이 되살아난다. 지난달 8일 서울 문학의집에서 소설가 현기영(왼쪽부터), 문학평론가 염무웅, 시인 천양희, 소설가 윤후명 씨 등 원로 문인들이 문학나눔 사업 존치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폐지 위기를 맞았던 우수 문학도서 선정사업 ‘문학나눔’이 되살아난다. 문학나눔 사업은 연간 200여종, 총 40여만부의 우수 문학도서를 농어촌과 산간벽지의 초·중·고교 등 문화 소외지역에 보급해 온 사업으로, 폐지 후 정부의 문화융성 기조와 어긋난다는 비판과 문학 홀대 논란을 불러왔다.

▶본지 10월22일자 A36면 참조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11일 “사업 폐지가 결정된 후 이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문학계와 문인들의 의견이 많아 문학나눔 브랜드를 유지·운영해 나가기로 계획을 바꿨다”고 밝혔다. 문학나눔 폐지 후 우수 문학도서 선정사업을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 교양·학술도서 선정사업과 통합하기로 한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사라질 뻔한 사업이 가까스로 유지된 데에는 유진룡 문체부 장관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나눔 존치 운동을 주도했던 문인단체인 한국작가회의의 이시영 이사장은 “문학나눔 브랜드를 유지하고 그 아래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것까지는 합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기존 문학나눔 예산 40억원도 물론 되살아난다. 우수 교양·학술도서 사업과 합쳐 142억원의 예산을 운영키로 했지만 이 중 40억원을 떼어 문학나눔의 독립적인 예산으로 책정한 것. 문체부 관계자는 “도서 보급처도 확대할 예정이어서 예산 조정 과정을 거친 후 40억원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운영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진통 때문이다. 운영위는 우수도서 선정 심사위원을 정하고 사업을 독립적으로 진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문학나눔 브랜드는 살아났지만 주관은 계속 문체부 산하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맡게 된다. 이 때문에 문학계는 “운영위원회를 공정하고 강력하게 구성해 관(官)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유지하지 않으면 문학나눔 부활의 의미가 사라진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체부는 작가회의 문인협회 한국펜본부 등의 의견을 종합해 운영위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운영위 구성을 위한 ‘공정한’ 기준을 객관적으로 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각 문학단체를 상대로 설문조사해 운영위 구성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방침에 대해 문학계 일각에선 ‘탁상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원로 소설가는 “문인 단체별 안배를 통해 운영위가 만들어질 경우 문학나눔은 각 단체의 이권 싸움터로 전락하게 된다”며 “특정 단체와 파벌을 떠나 문학적 업적이 인정된 문인들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나는 작가회의 소속이지만 작가회의 문인들이 운영위원이 돼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며 “단체별 나눠먹기식 운영위가 탄생할 경우 문학나눔의 의미를 퇴색시킬 게 뻔하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