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 민주당 최고위원(오른쪽)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성곤 의원(왼쪽)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조 민주당 최고위원(오른쪽)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성곤 의원(왼쪽)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조 민주당 최고위원의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선친 전철’ 발언으로 촉발된 정국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박 대통령이 10일 “도를 넘었다”고 언급한 데 이어 새누리당은 양 최고위원과 대통령 사퇴를 요구한 장하나 민주당 의원의 국회의원직 제명안을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날 예정됐던 국정원 개혁특별위원회는 끝내 무산됐고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한때 파행했다.

○국정원 개혁특위 회의 무산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론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고 도를 넘는 과격한 발언을 하는 것은 결코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쟁을 위한 것이라고 국민께서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여전히 과거에 발목 잡혀 정쟁으로 치닫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사건을 거론하면서 박 대통령이 그런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양 최고위원과 박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한 장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날 양 최고위원에 대해 ‘언어살인’ ‘테러’로 비판한 데 이어 박 대통령까지 나선 것은 야당 일각의 대선 불복 움직임에 대해 선을 긋지 않으면 파장이 더 확산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개혁특위를 ‘보이콧’하면서 민주당을 압박했다. 황우여 대표는 민주당에 대해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양 최고위원과 장 의원의 발언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예의도 저버린 비수”라며 “개인의 삶속에 가장 큰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주지는 못할망정 비극적 가족사를 거론하며 아버지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저주 발언이 과연 상식적이고 정상적이냐”고 비판했다.

국정원 개혁특위 전체회의는 새누리당의 보이콧으로 열리지 못했다. 민주당 간사인 문병호 의원은 “여야 간사가 의사일정을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언 일부 침소봉대”

민주당도 맞대응에 나섰다. 김한길 대표는 여권의 반발과 관련, “양 최고위원이 진의가 심하게 왜곡됐다고 두 차례나 해명했음에도 새누리당은 발언 일부를 침소봉대하고 뒤틀어서 전혀 엉뚱한 뜻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정쟁의 불씨를 살리려는 불순한 흐름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장 의원이 자신의 발언과 관련, 지도부에 사과하고 당직을 자진 사퇴한 사실을 언급한 뒤 “국회의원의 발언 내용을 문제 삼아 제명 운운하는 새누리당의 독선과 과잉충성은 스스로 국회 위상을 추락시킨다는 사실을 직시하기 바란다”고 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과거 새누리당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인신 모독 발언을 하고, 당선무효 소송까지 제기한 사실을 언급하며 대통령 위해를 선동 조장한다고 확대 해석해 과잉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더 위험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양 최고위원은 “사과와 유감 표명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수당의 힘으로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듯이 저도 제명하라”고 맞받아쳤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