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적 무임승차로 편한 길 가지 않고 자유주의자로 살아온 것은 도덕적 성취"
소설가 겸 경제평론가 복거일 씨,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 국내 대표적인 자유주의 학자 21명의 이념적 여정을 다룬 에세이집 ‘나는 왜 자유주의자가 되었나’(FKI미디어)가 10일 발간됐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등의 얘기를 담았다. 이들은 왜 자유주의를 이념적 지향점으로 선택하게 됐는지, 한국 사회에서 자유주의 사상이 어떻게 대우받고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글로 썼다.

이날 책 출간을 기념해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왜 다시 자유주의를 말하는가’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복씨는 기조강연을 통해 “자유주의 이론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자본주의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걷어낼 수 있는 핵심적인 논거”라고 강조했다.

복씨는 또 책 서문에서 “우리 사회의 전통은 ‘시장’에 호의적이지 않다”며 “상업을 천시하고 관리를 선망하는 뿌리 깊은 풍조, 기업가 정신의 박약, 정부 부문의 확대와 시장의 축소, 자본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깊은 반감 등이 시장이 제대로 움직이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환경에서 자유주의자가 되어 시장경제를 지키려고 애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며 “이념적 무임승차자로 살아가는 편한 길 대신 굳이 사회적 소수로 살아온 것은 도덕적 차원의 성취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소걸음으로 돌아 자유주의에 이르다’는 제목의 글에서 20대 시절 마르크스주의에 빠졌다가 학자로서 사회현상에 대한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유주의 경제학자가 된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했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유주의를 만난 건 내 일생 최대의 행운’이란 글에서 “정치사상을 배우기 위해 독일 유학 신청을 했는데 공교롭게도 경제학으로 입학 허가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하이에크의 자유주의 사상을 만났다”고 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