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벤처·창업박람회] 수륙 양용 자전거·시각장애인 앱…유쾌한 '창조경제 배틀'
‘대한민국 벤처·창업 박람회’가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올해는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행사장에 참석했다. ‘창조경제’ 정책에서 주축을 담당하는 벤처기업인과 창업인을 직접 격려했다.

포상 등급이 ‘동탑 산업훈장’에서 올해 ‘은탑 산업훈장’으로 승격된 벤처·창업박람회 시상식에서는 이재원 슈프리마 대표가 은탑 산업훈장을 받았다.

○중견·창업기업 한자리에

중소기업청이 주최하고 창업진흥원, 벤처기업협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벤처·창업! 창조경제의 꽃을 피우다’를 주제로 이날부터 6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벤처코리아, 창업대전, 지식서비스대전을 하나로 합쳐 2011년부터 통합해 열리고 있는 ‘벤처·창업 박람회’는 벤처코리아 행사 때부터 포함해 올해로 17회째다.

이번 행사에는 384개 기업이 360개 부스에서 제품을 전시했다. 연간 매출이 4000억원에 육박하는 스마트폰용 액정표시장치(LCD) 모듈 제조사 디스플레이테크와 같은 중견기업에서부터 창업한 지 10년이 채 안 되는 초기 기업이 다수 참여했다.

‘창업나래관’에는 물 위를 갈 수 있는 수륙양용 레저용 자전거, 종이를 오려 순서대로 붙이기만 하면 완성되는 입체 모형, 우산 비닐을 손대지 않고 벗겨 내 정리해 주는 기계 등 기발한 아이디어 제품이 제시됐다.

‘앱 창업 기업관’에서는 대학생들이 개발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살펴볼 수 있다. 공공데이터활용 창업경진대회 대상을 받은 ‘테이크웨더’는 날씨와 사진 앱을 결합한 최초의 날씨 사진 전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사진을 올리면서 날씨, 온도, 시간 등을 자동으로 기록해 디자인 엽서처럼 꾸미는 서비스다. ‘모바일 순번 대기 서비스 앱’ ‘시각 장애인을 위한 지리정보 시스템 앱’ 등도 눈길을 끌었다.

전시회 이외에 부대행사로는 성공한 벤처 창업가가 강연하는 ‘글로벌 벤처창업 콘퍼런스’와 샌드아트, 퓨전현악, 성악콘서트, 앱 게임 배틀 등이 열렸다.

< 신기한 자전거 >  ‘2013 대한민국 벤처창업박람회’가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관람객들이 전시된 수륙 양용 자전거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 신기한 자전거 > ‘2013 대한민국 벤처창업박람회’가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관람객들이 전시된 수륙 양용 자전거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실패 두려워 않는 환경 만들겠다”

박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정부는 새롭게 시작된 벤처기업 활성화의 불씨를 살려내고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기업들은 평균 실패 횟수가 2.8회나 되고 벤처캐피털의 투자 대상 1순위는 ‘두 번 실패한 기업’이라고 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다시 도전하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실패의 경험이 미래 성공의 자산이 되고 얼마든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창업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구체적인 방안으로 “벤처 창업에 대한 초기 자금 지원을 융자에서 투자 중심으로 바꾸겠다”며 “선배 기업인들의 엔젤투자와 인수합병(M&A)을 비롯한 재투자가 더 확대되고 멘토링이 활발해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가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려움 없이 창업하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해서 성공할 수 있도록 창업자 연대보증 면제 제도를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또 “기술과 아이디어는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을 때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정부는 우리 벤처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도전할 수 있도록 코리아 벤처투자센터와 해외 진출 펀드 등을 통한 정책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슈프리마, 은탑 산업훈장 수상

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측 인사들과 벤처·창업 기업인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벤처·창업박람회 시상식에서는 벤처분야 81점, 창업분야 62점, 지식서비스분야 21점 등 164점의 상이 수여됐다.

은탑 산업훈장을 받은 이재원 슈프리마 대표는 지문인식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회사를 창업했다. 세계지문인식대회(FVC)에서 2004년과 2006년, 2010년 1위 자리에 올랐고 지문인식경연대회 2회 연속 세계 1위, 미국국립기술표준원 지문 알고리즘 호환성능 평가 1위 등의 타이틀도 보유 중이다. 아시아 기업으로는 처음 미국 연방수사국(FBI) 최상 등급 국제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창업 이후 한 우물을 파서 혁신적인 기술을 갖췄다고 자부한다”며 “후대에도 남을 수 있는 자랑스러운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동탑 산업훈장을 수상한 정영배 ISC 대표는 모토로라코리아에서 약 11년간 근무하다가 2004년 회사를 설립했다. 정 대표는 창업 당시 수입에 의존하던 반도체 테스트 소켓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기술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과감히 뛰어들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내 휴대폰 LCD 모듈 1위 기업 디스플레이테크를 이끌고 있는 박윤민 대표는 철탑 산업훈장을 받았다. 디스플레이테크는 현재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연 5000만대, 태블릿PC용 디스플레이 연 1800만대의 생산 능력을 각각 갖추고 있다.

황해령 루트로닉 대표와 최봉구 신아티앤씨 대표는 각각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대통령 표창은 김형태 마크로젠 대표, 이환덕 우경MIT 대표, 김병진 쎄트렉아이 대표, 신유정 테크유니온 대표, 황호찬 한스바이오메드 대표 등 7명이 받았다. 서기만 베셀 대표 등 8명의 기업인은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안재광/도병욱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