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에 '쫓기는' 코스트코
국내 창고형 할인점을 독점하던 미국계 코스트코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이마트 계열의 트레이더스와 롯데마트의 빅마켓 등 토종 창고형 할인점의 맹렬한 추격 때문이다. 이들은 ‘코스트코보다 10원이라도 싸게’를 내세우며 공격적인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테리어를 최소화하고 병행수입을 늘려 가격을 낮추면서 최저가격을 표방하고 나서자 코스트코의 경쟁우위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뜨거운 ‘10원 전쟁’

토종에 '쫓기는' 코스트코
트레이더스와 빅마켓은 각각 2010년과 2012년 문을 열었다. 1994년 개점한 코스트코에 비해 한참 늦었지만 후발주자의 이점을 살려 코스트코의 전략을 모방하고 나섰다. 취급상품 수를 일반 대형마트의 10분의 1 수준인 3700개로 줄이되 품목별 구매량을 늘려 구매단가와 소비자가격을 낮추는 코스트코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한 것. 트레이더스와 빅마켓은 각각 4300가지와 3000가지 상품을 취급하며 구매원가를 낮추는 전략을 채택해 코스트코의 경쟁 우위가 약해졌다.

병행수입을 통해 해외 브랜드를 공식 수입 업체보다 싸게 판매하는 것도 중요한 가격인하 전략이다. 트레이더스는 100여개 브랜드의 600여가지 상품, 빅마켓은 50여개 브랜드의 200여가지 상품을 병행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신선식품과 문화센터 등 부대시설에서는 트레이더스와 빅마켓이 코스트코를 앞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토종 창고형 할인점의 ‘최저가 정책’은 코스트코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트레이더스는 같은 상품을 코스트코보다 10원이라도 싸게 판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코스트코 영업이익률은 2010년 6.3%에서 2011년 6.0%, 2012년 5.4%로 낮아졌다. 인접한 트레이더스 빅마켓 점포와 가격 경쟁을 벌인 탓이다. 경쟁 상권에 트레이더스와 빅마켓이 들어서면서 코스트코 일부 점포의 회원 재가입률은 7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트코 직격탄

코스트코 한국법인인 코스트코코리아가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2 회계연도(2012년 9월~2013년 8월) 매출은 2조5372억원으로 전년보다 10.8% 증가했다. 지난해 8월 울산점, 12월 광명점 등 2개 점포가 새로 문을 연 것을 감안하면 기존 점포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실제 코스트코코리아는 2009년 29.7%, 2010년 32.1% 등 매년 매출이 20~30%씩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에도 이 회사 매출은 19.9% 늘었다.

영업이익 증가세도 멈췄다. 코스트코코리아의 영업이익은 2008년 536억원에서 2009년 864억원, 2010년 1308억원으로 50~60%씩 늘었다. 그러나 트레이더스가 문을 연 다음해인 2011년 영업이익 증가율이 4.4%로 낮아졌고 2012년엔 0.4% 증가에 그쳤다.

반면 트레이더스 빅마켓 등 토종 창고형 할인점은 급성장세다. 이마트는 트레이더스 매출이 지난해 6300억원에서 올해 8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들어 새로 개장한 점포 없이 기존 점포만으로 매출을 30% 가까이 늘렸다. 빅마켓은 올해 2개 점포를 새로 개장한 데 힘입어 매출이 지난해보다 5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