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블랙 프라이데이에 이 쇼핑몰을 찾았지만 오늘처럼 주차하기 쉬운 날은 없었습니다.”

미국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뉴욕 맨해튼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는 안드레이 듀벌(29)은 뉴저지의 대표적 쇼핑몰 중 하나인 쇼트힐몰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주차장은 물론 매장도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한산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아마도 직접 쇼핑몰을 찾는 대신 인터넷으로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듀벌이 쇼트힐몰에서 체감한 것은 숫자로도 확인됐다. 시장조사회사인 쇼퍼트랙에 따르면 블랙 프라이데이 당일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13.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을 직접 찾은 쇼핑객 수는 11.4% 줄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유통업체들이 연말연시를 맞아 대규모 할인 행사를 시작하는 날이다. 의류, 전자기기 등 평소 필요한 물품을 사려는 소비자들은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쇼핑에 나서는 게 일종의 전통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유통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하루 전인 추수감사절 당일(11월28일)부터 할인 행사에 나서면서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당초 블랙 프라이데이에 집중됐던 쇼핑이 추수감사절로 분산되고 있는 탓이다. 올해도 월마트, 베스트바이, 타깃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대부분 28일 오후에 매장 문을 열었다.

쇼퍼트랙은 추수감사절과 블랙 프라이데이 이틀 동안 오프라인 매장이 올린 총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2.3% 늘어났다고 밝혔다.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이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추수감사절 당일 쇼핑객이 크게 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쇼핑객 수도 이틀간 2.8% 늘어났다.

하지만 이틀간의 매출을 모두 포함해도 매출 성장률은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업체들이 가격 경쟁으로 할인 폭을 키운데다 온라인 쇼핑객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의 경쟁을 의식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자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IBM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매출은 추수감사절에 20%, 블랙 프라이데이에는 19% 늘어났다.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활용한 모바일 쇼핑의 매출 성장세가 눈부시다. 블랙 프라이데이에 모바일 쇼핑 건수는 전체 온라인 쇼핑의 39.7%로 지난해에 비해 34% 늘어났다. 매출 기준으로는 전체 온라인 쇼핑 매출의 21.8%로 지난해보다 43% 증가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직접 매장을 찾는 쇼핑객이 대다수다. 하지만 실익보다는 재미나 경험을 위해 매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28일 뉴욕 5번 애비뉴에 있는 베스트바이 매장을 찾은 모니카 자넬리는 “가족들과 함께 칠면조 요리를 먹은 후 쇼핑에 나서는 것이 전통이 됐다”며 “인터넷으로 쇼핑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과 함께 매장 앞에 줄을 서는 재미는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